작성일 : 25-07-27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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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아직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되면 무조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둘은 전혀 다릅니다. 치료를 잘 받으면 전파 가능성도 낮고,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하는 만성질환이 된 지 오래됐습니다.”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바다이야기주소
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HIV 감염인들은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병원 접근조차 쉽지 않다”며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이들의 치료 접근성 향상과 감염 예방의 첫걸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HIV는 인체 면역 체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로, 주로 감염인의 혈액이나 체액과 직접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 놀이터 릴박스
악수를 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접촉이나 감염인의 타액이 섞인 음료를 마시는 것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감염 후 면역 체계가 크게 손상되면 후천성면역결핍증, 즉 에이즈로 진행돼 여러 감염병이나 암이 동반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과거에는 HIV 감염은 모두 에이즈로 발전돼 사망에 이르는 ‘죽음의 병’으로 여겨졌다. 그러온라인게임
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김 교수는 “치료제 발전으로 ‘HIV=에이즈’라는 등식은 깨진 지 오래됐으며, 에이즈 환자의 사망률도 크게 줄어 ‘에이즈=죽음의 병’이라는 인식도 잘못된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년 HIV/에이즈 신고 현황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내국인 에이즈 환자는 140명으로, 전체 H황제티브이
IV/에이즈 신고 건수의 19.6%에 그쳤다. HIV 감염이 에이즈가 되는 경우가 적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국내 HIV 감염인은 약 2만명으로, 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내국인 신규 감염은 소폭 줄었지만, 최근 외국인 유입이 늘면서 매년 신규 감염자가 1000명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신규 감염인이 일정하게주식정보원장
발생하는 가운데 사망률이 감소하면서 누적 감염인 수가 계속 늘어나는 것”이라며 “기존 감염인은 만성질환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예방 요법을 확대해 신규 감염인 수를 줄이는 ‘투트랙(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도별 HIV 신규 감염인 발생 추이./질병관리청
우선 HIV 감염인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처럼 매일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먹으며 평생 질병을 관리할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는 신체에 침입한 HIV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 하게 억제한다. 3가지 성분의 약물을 병용 투약하는 칵테일 요법이 처음 도입된 1996년부터 HIV 사망률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약을 중단하면 다시 바이러스가 복제되므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꼭 복용해야 한다. 과거에는 약물 부작용 때문에 3개월마다 병원을 방문해야 했지만, 최근에 개발된 약은 부작용이 없어 6개월마다 처방 받을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다만 매일 한 알씩 정해진 시간에 복용해야 하는 만큼, 주변에 감염 사실이 노출된 우려가 있다. 김 교수는 “한 감염인의 회사 동료가 약의 식별번호를 검색해 HIV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내부에 공유한 사례도 있었다”며 “이 때문에 감염인들은 약물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에는 연 6회 투약하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선호하는 감염인도 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는 투약 주기를 더 늘리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김 교수는 “HIV는 이제 항바이러스제나 장기 주사제를 통해 바이러스를 지속적으로 억제하는 관리형 질환”이라며 “아직 완치까지는 아니지만 꾸준히 관리하면 비감염인과 비슷한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도별 내국인 HIV 신규감염·사망 생존감염인 추이./질병관리청
예방으로 감염인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프렙(PrEP·노출 전 예방 요법)’은 HIV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미리 약물을 복용해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프렙은 매일 하루 한 알 먹는 경구제가 있다. 예방 효과가 99%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6개월에 한 번 연 2회 투약하는 장기 지속형 예방 주사도 개발됐다.
정부도 신규 HIV 감염인 수를 줄이기 위해 노출 전 예방요법의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제2차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관리대책(2024~2028)’을 마련해, 2030년까지 신규 감염자 수를 2023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남성과 성관계하는 남성 또는 성전환 여성, 성관계 파트너가 HIV 감염인이거나 고위험 직업군은 HIV 감염 취약군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이 HIV 신규 감염 예방을 목적으로 처방을 희망하면 올해 1월부터 종료 시까지 HIV 항원·항체 검사와 처방 전 검사를 받을 때 급여 본인 부담금 전액이 무료다. 약제비도 본인 부담금 6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지원받는다.
희망자는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서 운영하고 있는 아이샵(iSHAP·성소수자 에이즈예방센터) 홈페이지에서 프렙 지원 의료기관과 처방 가능 병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프렙은 현재 전 세계 79국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이미 프렙을 통한 HIV 예방 효과를 입증한 곳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는 2012년부터 시작해 10년 만에 취약군의 72%까지 프렙을 달성한 결과, HIV 신규 감염인이 2012년 478건에서 10년 만인 2022년에는 157건으로 67% 급감했다.
질병관리청 '제2차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관리대책(2024~2028)'
HIV가 예방·관리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됐지만, 국내 HIV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감염인의 치료와 예방 기회를 막고 있다. 김 교수는 의료계에도 감염인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아직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감염인이 동네 병원에서 일반 항문 질환 진료를 예약했는데, 해당 병원이 HIV 감염 사실을 안 뒤 취소했고 결국 우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며 “단순 접촉만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에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는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HIV 감염인을 전문 진료하는 국내 대표 의료기관이다. HIV 감염인 치료 경험이 많고, 예방적 투약률도 가장 높다. 김 교수는 감염병 전문가로 지난 20년간 HIV 감염인을 진료해왔다. 2017년부터 국립중앙의료원에 건립 중인 감염병병원 초대 센터장을, 현재 감염병정책개발팀장을 맡고 있다. HIV를 비롯한 감염병 대응 정책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 왔다.
김 교수는 “전 세계에서 HIV 관련 연구는 활발하지만, 아시아인 대상 연구는 부족한 편이고 국내 연구는 특히 미흡한 실정”이라며 “HIV 감염 노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국내 임상시험 참여율은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학회에서는 학술뿐 아니라 인권, 차별, 낙인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다”며 “우리도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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