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2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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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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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를 찾아서 l 안인희 번역가
“여성들이여, 우리가 꼭 위대해져야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노동으로 돈을 벌고, 고독을 즐기고,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품위를 찾고, 독서하고, 지독하게 사색하라. 모든 것을 냉정하게 보고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사랑이 찾아오거든 상처받을 각오로 받아들이고 마침내 행복하라. 사랑이 떠나거든 속으로 울면서 언제든 놓아 보내라. 평등하고 자유롭게.”
어떤 책은 저자의 글보다 옮긴이의 글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안인희 번역가는 23년 전 로자 룩셈부르크부터 한나 아렌트, 아웅산 수치까지 위대한 여황금성게임랜드
성 50명의 생애를 다룬 ‘여성’(해냄출판사)을 번역하며 책 말미에 이렇게 옮긴이의 말을 남겼다. 학계에서도 출판계에서도 ‘여성주의’ 여명이 갓 동트던 무렵, 그의 글은 많은 이들에게 지평이자 등대가 되어주었다.
한국외대 독일어과 박사과정 때 처음 번역한 프리드리히 실러의 ‘발렌슈타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0여권을 옮기면서 늘 ‘옮긴이주식토론
의 말’은 그의 인장이었다. 독문학으로 석·박사를 밟고 독일 유학을 다녀온 이력답게 번역작 대부분이 고전 문학과 만만치 않은 인문서들이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책을 독자에게 그냥 던져주면 안 되잖아요. 최선을 다해 해설도 하고 설명도 해줘야죠. ‘옮긴이의 말’은 번역의 일부라고 봐요.”
대표작으론 ‘데미안’ ‘파우스트’ ‘트리스탄과 이졸데이원컴포텍 주식
’ ‘광기와 우연의 역사’ ‘히틀러 평전’ ‘중세로의 초대’ 등이 있다. 공들인 번역은 다수의 번역상 수상으로 화답 받았다. ‘인간의 미적 교육에 관한 편지’로는 한독문학번역상을 수상했고,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로는 한국번역가협회 번역 대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에는 한독문학번역연구소에서 번역가상을 받았다.
번역의 내공은 독서에서 왔다.무료증권강좌
충청도 ‘깡촌’에 살았던 그의 어린 시절 놀이터는 경찰서였다. “당시 경찰서에 ‘어린이 문고’가 있었어요. 만날 거기 가서 책을 뒤져봤죠. 중학교 가면서는 학교 도서관에서 살았고, 대학에 진학한 것도 도서관에 가려고 입학했어요.”
번역가 지망생에게 당부하는 것도 독서, 그중에서 문학 독서를 강조했다. “책 읽기의 순서가 있다고 생각해요.증권명장트레이딩
우선 문학을 많이 읽어야 해요. ‘하버드 필독서 100권’ 중 왜 50권가량이 문학 작품이겠어요? 문학이 기본이기 때문이죠. 인문학을 보통 ‘문·사·철’이라고 하잖아요. 문학, 역사, 철학의 순서이기 때문이에요. 고전 또는 명작이라 불리는 문학책을 50권 정도 읽으면 인생사에서 웬만한 것은 놀랍지도 않아요. 별의별 일이 다 벌어져도 이미 문학으로 훈련이 되어버리죠. 그런데 문학을 오래 읽다 보면 역사로 넘어가게 돼요. 문학을 읽으면 그 시대와 배경에 대한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또 역사와 문화를 파다 보면 그 저변의 사상과 철학을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기죠. 번역가도 글을 만진다는 점에서 일종의 작가거든요. 제가 늘 말합니다. 어떻게 독자도 안 되고 작가부터 되려고 하냐고. 일단 독자부터 되어야 합니다.”
안 번역가의 번역작들이 문학과 역사, 철학을 넘나드는 배경이다. 그의 지적 여정은 신화로까지 발전해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 2, 3’을 펴내기도 했다. 그리스 신화를 모르고선 서양 문학과 철학, 건축, 미술을 이해하기 어렵듯이, 북유럽 신화 역시 게르만 세계가 지닌 정신의 양상과 원형을 보여준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편중된 독자들의 지적 편식을 바로잡고 북유럽 신화의 다채로운 상징과 사유의 세계로 안내한다. 또 신화와 예술, 현실의 관계를 흥미롭게 살핀 그의 저작 ‘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는 ‘2003년 올해의 논픽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번역가라는 직업의 특전을 “자유”라고 말했다. 언어적 자유로 인해 다른 문화권의 책과 문화를 원 없이 즐겼다. 이는 배움과 앎이 주는 자유로 이어졌다. “우리가 모르는 게 많으면 자유롭지가 않잖아요. 번역을 통해 배우고 알게 되는 것도 많고, 또 모르는 것은 찾아볼 수 있는 능력도 있으니 그런 게 주는 자유로움이 있죠.”
번역 이력 40년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번역이 그의 삶에 남긴 자취를 물었다. “번역은 결국 엉덩이로 하는 직업이라서 체력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60살 넘어서부터 헬스, 필라테스, 수영, 등산 등을 꾸준히 해 왔어요. 덕분에 나이 들면서 더 건강해지고 더 명랑해졌어요. 제가 다니는 체육관 팀장이 ‘우리 체육관에 다니는 고객 중에서 고객님이 가장 행복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도 토마스 만에 대해 논문을 쓰는 등 그의 지적인 탐험은 끝이 없다. “플라톤을 몇 권 읽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예전에 그리스어를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앞으로 기회가 되면 그리스어 고전을 원어로 읽어보려고 해요.”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이런 책들을 옮겼어요
철학을 만나는 지름길, 철학의 뒷계단
탈레스부터 비트겐슈타인까지 위대한 철학자 34명의 생애와 사상을 다루고 있다. 독일 철학계의 권위자가 쓴 독일에서 가장 널리 읽혀온 철학 입문서이자 스테디셀러. 안 번역가는 “누구나 읽을 수 있게 문턱이 낮게 쓰였으면서도 각 철학자의 핵심 사상이 몇 마디 말로 잘 정리돼 있다”고 평했다.
빌헬름 바이셰델, 김영사(2024)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나치의 탄압을 피해 망명지를 떠돌았던 전기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정신적 독재자이자 광신적 주지주의자’였던 칼뱅에 맞서 목숨을 걸었던 16세기 인문주의자 카스텔리오의 삶과 생각을 부활시켰다. 안 번역가는 “유시민씨가 추천했듯이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게 바로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라며 추천했다.
슈테판 츠바이크, 바오출판사(2009)
니벨룽의 반지
바그너의 천재적 야심이 가장 잘 발휘된 대표작이자 19세기 유럽이 인류에 남긴 가장 거대한 유산 중 하나인 4부작 오페라다. 안 번역가는 “일반인들이 읽기 쉽지 않지만 신화 줄거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어 읽은 사람들은 너무 재미있어 한다”며 “제가 쓴 ‘북유럽 신화’와 함께 읽으면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리하르트 바그너, 풍월당(2018)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중세 독일 수도원을 배경으로 사유와 감각, 종교와 예술, 금욕과 정열 등 서로 다른 세계를 상징하는 두 주인공의 우정과 이별, 재회의 여정을 그린다. 안 번역가는 “한국에서는 ‘데미안’이 많이 읽히는데, 헤세가 평생 탐구한 ‘자기만의 길’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데미안’의 후속작”이라며 “데미안과 연결해 읽어볼 것”을 제안했다.
헤르만 헤세, 문학동네(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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