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HEAVY DUTY'는 월간<山>의 필자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합니다. 수록된 제품 소개 기사는 편집숍 주인이 튼튼Heavy Duty하고 좋은 아웃도어 장비를 손님에게 추천하는 콘셉트로 작성됐으며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받거나 비용 지원을 받은바 없음을 밝혀둡니다.
요즘 등산용 배낭을 책가방이나 회사 출근용으로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떤 날은 젊은 커플이 가게에 들어와 한참동안 등산용 배낭을 고르다가 그냥 갔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등산보다 멋 내기에 관심이 많아 보였고, 남들이 메는 가방 말고 어떤 특별한 걸 찾는 것 같았다.
얼마 전엔 반가운 손님이 왔다. 손님은 가게
신천지인터넷게임 구석에 걸어 놓은 '오가닉 클라이밍Organic Climbing'의 작은 배낭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와! 사장님, 이 배낭을 여기서 보네요! 10여 년 전에 보고 무척 사고 싶었던 건데!"
손님은 그 배낭을 구매했다. 마치 오래 전 이루고 싶었던 걸 드디어 이뤘다는 듯한 환한 표정과 함께 배낭을 들고 가게에서 나갔
포비스티앤씨 주식 다.
오가닉 클라이밍은 미국 브랜드다. 이 회사는 원래 볼더링 패드를 만들었다. 볼더링은 로프나 카라비너 같은 등반장비 없이 높이 2~3m 정도 되는 바위를 오르는 등반의 한 종목이다. 이때 필요한 장비는 암벽화와 초크, 브러시(바위 청소용), 패드뿐이다. 얼마 안 되는 이 장비 중 등반자의 추락을 보호하는 유일한 안전 장치는 크래시 패드
BYC 주식 다. 등에 메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작은 침대라고 할 수 있다. 이 패드는 단단하기도 하고 물렁물렁하기도 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바위 아래 땅바닥에 깔아 놓고 등반자가 바위를 오르다가 떨어지는 것에 대비한다. 오가닉 클라이밍은 볼더링할 때 필요한 거의 모든 장비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제품을 제작하고 남은 폐 천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한때
스카이스톡 마니아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오가닉 클라이밍의 사장 조쉬 헬케Josh Helke는 8세 때부터 등반을 했다. 어린 나이에 중고 해머 드릴을 구입해 등반 루트를 개척할 정도로 등반에 열성이었다. 고등학교 때 집 주변의 등반지가 없어지면서 조쉬는 볼더링을 시작했다. 그의 볼더링 실력은 꽤 알아줬다. 한 등반 브랜드에서 협찬을 받을 정도
바다이야기 공략법 였다. 그는 대학에서 역사와 사진을 전공했다. 고등학교 교사가 목표였는데, 등반을 하느라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볼더링이 인기를 끌었다. 여러 회사에서 패드를 만들었는데, 대체로 싸구려 재료로 만든 싼 제품이라 그는 패드를 직접 만들게 됐다. 그때가 2003년이었다. 미국 와이오밍주 라라미에 있는 헬케의 집이 사업장이었다.
그가 만드는 볼더링 패드는 기존의 것과 달라야 했다. 우선 콩 기름 성분을 써서 기름이 덜 들어간 패드 폼을 개발했다. 그 위에 '탄도 나일론'이라고 부르는 튼튼한 천을 씌웠다. 그러면서 버려지는 원단으로 패드 겉면을 디자인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첫 제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는데, 제품은 출시 후 얼마되지 않아 입소문을 타면서 미국의 볼더링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다.
볼더링 패드만 호평을 받은 건 아니다. 1970~1980년대 미국 등반가들이 사용했던 배낭을 본 떠 만든 작은 가방도 인기를 끌었다. 그렇지만 한국에선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였다. 그것이 국내에 알려진 때가 2012년 즈음인데, 당시 극소수였던 한국의 볼더링 마니아들만 가지고선 일반인의 눈에 띄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오가닉 클라이밍의 제품 색상은 알록달록하다. 일반인 시선에선 촌스러울 수 있다. 그러니 저 배낭을 구매해 간 손님은 분명 10여 년 전 볼더링을 했던 사람이 분명하다.
오가닉 클라이밍은 20여 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제품을 만들고 있다. 지금은 '니타니 마운틴 웍스NITTANY MOUNTAIN WORKS'라는 브랜드까지 만들어 볼더링용 장비 외에 자전거 용품이나 의류도 생산하고 있다. '마니아틱'하면서 품질력 있는 물건을 만드는 작은 아웃도어 브랜드의 생명력은 역시 마니아들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데, 그 인구가 많은 미국이라 오래 살아남은 게 아닐까 싶다.
월간산 4월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