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한국인 진두현(1928~2014)은 1974년 9월29일 ‘재일본 대한민국거류민단’ 도쿄본부 부단장으로 국군의날 행사 참석단 일행 50여명을 이끌고 한국에 왔다가 한국에서는 ‘통혁당 재건 사건’으로 알려진 간첩단 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1976년 2월 사형을 선고받은 조작사건의 피해자다. 1974년 11월5일 육군보안사령부 발표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 그의 아내 박삼순은 10월2일 남편이 서울에서 행방불명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 순간부터 박삼순의 인생이 요동쳤다. 박삼순은 남편을 구명하기 위해 남편이 북한에 갔었다는 시기의 알리바이 증명 자료를 한국 법원에 제출하고 방송, 집회, 정치인을 가 이율 높은 은행 리지 않고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서명을 받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일본에 결성된 ‘진두현을 구원하는 모임’의 청년 시민들, 양심있는 변호인과 정치인들도 박삼순을 도왔지만 박정희 군사독재 치하 검사와 판사들은 진급과 훈장과 수당에 혈안인 야차(사나운 귀신)였다. 1990년 사형수 진두현은 가석방되어 일본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1974년 수협 독도사랑 재일교포단 이끌고 방한했다 ‘통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 선고 1990년 가석방…2014년 도쿄서 별세 생전 “거짓진술로 동지·가족에 큰 죄” 진두현은 생전에 재심 청구를 피했다. 보안사 수사관의 협박과 혹독한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거짓진술을 해서 공범으로 조작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큰 죄를 지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게다. 진두현 한국자산관리공사 하는일 은 2014년 도쿄에서 돌아가셨다. 박삼순은 남편을 화장하고 유골을 집에 모셨다. 당장은 일본 땅에 뿌리거나 묻을 수 없었다. 박삼순도 처음에는 재심을 청구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공범 가족과 조작간첩 재심 운동가 변상철씨의 설득에 움직여 2017년 공범 생존자, 피해자 유족들과 함께 재심을 청구했다. 그때 나도 처음 박삼순을 만났고, 파산무료상담 재심 무죄와 진두현의 이장을 약속하고 함께 길을 나섰다. 마침내 2024년 10월31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고 진두현과, 같은 사건에서 10년형을 선고받은 고 박석주에게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조작 50년 만의 감격적인 무죄 판결이었으나 대한민국 검찰의 기계적인 상고로 올해 5월29일에서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었다.
박삼순은 2022년 7월 아사히신문에 실린 한승헌 변호사의 별세 기사를 봤다. 한승헌 변호사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 동지들 곁에 모셨다는 기사를 본 박삼순은 그의 방에 곱게 모신 남편 진두현의 유골을 이제 한국으로 가져가야 할 때란 걸 알았다. ‘재일한국인 진두현은 1974년 ‘간첩단사건’의 주범으로 사형 판결을 받고 1990년 가석방될 때까지 16년 옥중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여러분들의 지원 덕분에 마침내 지난 5월29일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일본에 뼈를 묻고 싶지 않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일본 자택에 있던 유골을 모란공원 묘지로 모십니다. 시간이 나시면 함께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진두현의 장남 진승호 배상.’ 유가족이 재심 청구…올해 무죄 확정 ‘일본에 묻히고 싶지 않다’ 유지 따라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이장 지난 7월1일 오전 10시30분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재일한국인 간첩조작사건의 피해자 고 진두현의 이장식이 열렸다. 이장식이 열리는 동안 햇살이 눈 부시더니 거세게 비 내리기를 번갈았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들의 독경이 유족들을 위로할 때 박삼순은 휠체어에 앉아 울었다. 진두현의 둘째 아들과의 인연으로 고등학생 때부터 진두현 구원 운동을 해 온 이시자카 고이치가 진두현을 소개했다. 자기 일처럼 나서 모란공원 묘소를 알아봐 준 한홍구 교수가 추도사를 했다. 또 다른 조작간첩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으러 간 변상철씨의 추도사는 이장식의 사회를 본 내가 대신 전했다. 전주교소도에서 2년여 진두현과 함께 옥살이 한 오병철씨의 회상이 있었다. 모국 유학생 조작간첩 사건의 피해자 이동석씨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 정비단 여러분들의 다짐과 계획을 들었다.
지난 1일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남편의 이장식을 무사히 마치고 웃음 짓는 박삼순씨. 김은주 사진작가 촬영·제공
박삼순은 울음을 거두고 “내 남편 진두현이 이제 동지들과 소란한 밤을 보내느라 외롭지 않겠다”며 기뻐했다. 한증막 같던 산중에서, 묘들 사이에서, 죽은 자들의 수다를 듣는다. 젊을 적엔 힘들었으나 지금은 괜찮다. 지나간 모든 것은 잊히기 마련이지만 어쨌든 내겐 지나간 일이 아니고 아직까진 기억이 선연하니 줄곧 혼탁한 세상이지만 아무튼 이 여름이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희망한다. 이령경/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교수
지난 1일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고 진두현 선생의 이장식이 열렸다. 김은주 사진작가 촬영·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