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자동 골목길에 있는 ‘야키토리 혼바’. 시뻘건 비장탄 숯불 위로 닭꼬치가 오르자 타닥타닥 소리가 났다. 고기 구석구석 붓으로 소스를 바르는 요리사의 손은 분주했다. 기름이 숯에 떨어질 때마다 연기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이곳은 매일 토종닭을 발골해 부위를 10여 개로 나누어 내놓는다. 생김새가 굴을 닮아 이름 붙은 ‘굴살’(엉치살)을 한입 무니 쫄깃한 살 사이로 진한 육즙과 육향이 입을 가득 채웠다. 얼음이 가득 찬 하이볼 한 잔. 더위가 싹 가신다. 다양한 닭 부위를 꼬치에 끼워 숯불에 구워 먹는 ‘야키토리 크레듀 ’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한 상 차림 또는 코스로 나온다. 복날에 삼계탕 대신 이 ‘일본식 닭꼬치’를 찾는 손님도 늘어나고 있다. 요식업계에서는 경기 불황이 길어지며 3만원대 중저가의 야키토리가 고가 스시 오마카세의 대체재로 자리 잡았다고 보고 있다.
손님들은 야키토리를 눈으로, 입으로, ‘휴대폰으로’ 즐긴다. 대부분의 야키토리 식당은 눈앞에서 닭꼬치를 굽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요리사의 부채질에 숯불·짚불 위 고기가 지글대는 모습을 ‘불멍’하는 맛이 있다. 가게마다 다양한 구성의 부위에 밴 그윽한 sc캐피탈 불맛은 기본. 닭의 간처럼 흔히 맛보기 힘든 특수 부위도 많다.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한 (소셜미디어에서 눈길을 끌 만한) 음식 모습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손님들 사이에선 스시 오마카세보다 값은 절반 이상 싼데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좋다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올해는 지난 20일 초복에 야키토리 매장들이 뜻밖의 복날 특수를 누렸다. 온 초등학교주5일제 라인 식당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은 자사 플랫폼 검색량 등을 기반으로 최근 복날 트렌드 음식을 선정했는데, 삼계탕·장어뿐만 아니라 야키토리가 꼽힌 것이다. 캐치테이블 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이번 복날 시즌에는 야키토리를 찾는 이용자가 유난히 눈에 띈다”고 말했다. 특정 단어가 얼마나 검색되는지 알 수 있는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실제로 야 거치하다 키토리의 검색량은 매해 늘어나고 있다. 작년 7월 대비 이달 검색량이 2배가 넘는다. 5년 전과 비교하면 8배 수준이다. 2023년 8월부터는 스시 오마카세의 검색량을 뛰어넘으며 격차를 점점 벌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지난 4월 문을 연 모즈(MOZU)./MOZU
서울 연남동 ‘야키토리묵’처럼 유명 식당은 예약 전쟁이 벌어진 지 오래다. 이번 초복 이곳을 다녀온 직장인 진수현(38)씨는 “한 달 전 예약 오픈일 알람을 맞춰놓고 수강 신청하듯 겨우 예약했다”고 말했다. 야키토리가 인기를 끌며 일본 본토 유명 식당도 국내에 진출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7년 연속 미쉐린 1스타를 받은 야키토리 전문점 ‘야키토리 이치마츠’는 지난 4월 청담동에 ‘모즈(MOZU)’라는 이름으로 식당을 열었다. 한국 토종닭을 편백나무 장작으로 요리해 18가지 코스를 내놓는다. 정동현 음식 칼럼니스트는 “최근 일식 수요가 스시·사케 같은 고가 음식에서 야키토리·하이볼처럼 중저가 음식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동네마다 가게 수도 눈에 띄게 많아져 즐길 수 있는 맛의 범위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