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7-2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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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oako Boafo, Artist Portrait, 2024, Photo by Alejandro Zaras,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riane I 고용노동부 취업지원 brahim
구불구불한 선으로 표현된 오묘한 피부, 그와 대비되는 화사한 톤의 배경과 눈부신 의상들, 그 배경을 더 빛나게 하는 자수와 오브제는 지난 몇년 간 '보아포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의도적으로 어딘가 일그러진 얼굴은 모두 그의 손가락에서 나왔다. 붓이 아닌 손을 쓴 채색 기법 '핑거 페인 강남직장인밴드 팅'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아무리 많은 작품 속에서도 그의 그림인 지 아닌 지 누구나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이유다.?
Self-Portrait-Floral Jacket, 2022, Oil on canvas, 228x164cm
원어민강사 벼락 스타? '21세기 고전'위한 준비된 천재?
아모아코 보아포
보아포는 예술계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가장 주목받는 스타 작가가 됐다. 2018년 미국의 흑인 예술가 케힌데 와일리가 인스타그램에서 그 전세대출금리 의 작품을 발견하고, 자신의 갤러리에 그를 추천한 게 계기였다. 마이애미의 유명 컬렉터인 루벨 부부가 소유한 루벨미술관에서 레지던시를 하면서 보아포는 LA의 로버츠프로젝트, 시카고의 마리안 이브라힘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명품 브랜드 디올은 2021년 S/S 남성복 컬렉션에서 그와 협업했고, 아마존 창업자 제 부산개인파산면책 프 베조스는 '블루 오리진 로켓'의 외부 패널에 그의 그림 세 점을 실어 우주로 날려보내기도 했다.?2021년 12월, 그의 작품 중 하나인 'Hands Up'은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340만달러(약 47억원)가 넘는 가격에 낙찰되며 그의 작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런던 테이트 미술관,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워싱턴 D.C. 허쉬혼 미술관, 비엔나 알베르티나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2022년엔 세계 최대 갤러리인 가고시언의 선택도 받았다.?
이쯤되면 '벼락 스타'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그 상황. 흔히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교육받은 아프리카 이민 3세 정도 되는 것 아니냐'고.
Mr. Palm - Green Wristband, 2022, 우양미술관 제공
King Gloves, 2021, 우양미술관 제공
white Teeth, White nail polish, 2023, 우양미술관 제공
가나의 보아포, 클림트와 에곤 실레를 만나다??
보아포는 1984년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 태어났다. 어부였던 아버지를 어릴 때 여의고, 여러 집을 돌며 가사 도우미를 하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런 그가 좋아했던 건 그림이었다. 대학 진학 전까진 독학이 전부였다.?
“친구들하고 모여 노는 것 중 하나가 그림을 그리는 거였어요.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그 자체로 잡념이 없어지는 온전한 휴식이었거든요. 10대 때 친구들하고 그림 그리기 대회를 열었는데, 마치 게임하는 것과 비슷했죠. 집안 형편도 그렇고, 가나에선 직업으로서 예술가가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테니스로 돈을 벌고, 은퇴하면 그림을 그리려고 했었죠.”
테니스에도 재능이 있었던 그는 볼 보이로 시작해 테니스 코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몇 년 간 세미프로 선수 활동도 했다. 그러다 어머니의 직장 동료가 아크라에 있는 가나타 예술디자인 대학의 장학금을 내주며 새로운 길이 열렸다. 테니스 코트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있던 자신을 보며 화가로서의 꿈을 다잡았다.?
아모아코 보아포가 우양미술관에 글렌 드로쉬 건축가와 지은 파빌리온.
어떤 이들은 그의 그림 속 구도와 장식적 요소를 두고 구스타브 클림트를, 어딘가 비틀리거나 일그러져 보이는 표정에서 에곤 실레를 떠올린다. 실제로 그랬다. 가나 출신의 아모아코 보아포는 아크라에서 학사를 마친 뒤 2014년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이주했다. 비엔나미술아카데미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수 많은 비엔나의 유산에서 영감을 받았고, 또 좌절의 시간도 길었다.?
“비엔나는 수 많은 예술적 유산이 곳곳에 살아 숨쉬는 도시죠. 클림트와 실레의 작품 등에서 인물화의 구도, 섬세한 색채 구성, 생동감 넘치는 색채 등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동시에 비엔나에 '흑인'이어서 겪었던 차별의 순간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흑인 초상화를 그리면 '왜 이렇게 까맣냐'는 평을 들어야 했으니까요. 흑인을 그렸는데, 왜 이렇게 까맣냐니…. 더 밝게 그리라니…. (웃음)”
Bueno, 2024, 우양미술관 제공
보아포가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
다소 모욕적이었던 순간들은 결국 그의 작품 세계를 창조하는 영감이 됐다. 인종 차별을 겪던 그는 '신체 정치(Body Politics)' 연작을 그렸는데, 그의 초기작 중에서도 평단의 가장 높은 찬사를 받고 있다. 이 연작 중 하나는 작가가 프란츠 파농의 1961년 논문인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The Bretched of the Earth)>을 들고 있는 모습. 이 책은 식민주의가 개인과 국가에 미치는 비인간적 영향에 대한 것으로 이 그림이 보아포를 미술계에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에도 그는 아프리카 사진문화와 패션,? 유럽 내 흑인 이주민들의 평범한 삶을 작품 속에 녹였다.??
Jean Michel Basquiat IV, 2020
보아포의 그림을 보면 한 인종을 그 오랜 시간 '블랙(black)'이라 통칭해온 단어가 얼마나 단순하고도 우매했는 지를 깨닫는다. 보아코가 표현하는 피부색 안에는 짙은 갈색, 황토색, 보라색, 코발트 블루, 모스 그린, 옐로우 등의 뉘앙스가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유영하듯 어우러진다.?
“핑거 페인팅은 내가 그리려는 것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줍니다. 물론 붓은 훨씬 더 통제가 쉽고, 매끈한 결과를 낼 수 있지만 손가락을 사용하면 단순한 움직임만으로도 엄청나게 강렬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요. 원시 인류가 사용했던 제스처랄까요. 회화이면서도 조각적인 형상들은 저의 양손이 있어 가능한 결과들이죠.”
그가 주로 사용하는 색채들에 대해 더 물었다. 피부색에 쓰이는 블루는 너무 과감한 것 아니냐고.? “코발트 블루로 시작해서 울트라마린 블루까지 수 많은 블루를 써왔습니다. 브라운 계열의 색상은 저에게 땅과 흙, 블루 계열은 생명과 빛으로 느껴져요. 인간의 초상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색이 또 있을까요.”
Amoako Boafo, Self Portrait- Three Gold Chains, 2025
Amoako Boafo, Embroidered Roses, 2025
"한국은 처음…'와본 적이 있다'고 말한 이유는..."
보아포는 이번 한국 전시를 준비하며 들떴던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7월 20일 개막해 11월 30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공식 관람 일정에도 포함됐다. 그는 가나 출신의 건축가이자 여러 차례 협업해온 글레 드로쉬와 함께 공간 일부를 직접 설계했다. 그리고 전시에 이름을 붙였다. '나는 여기 와본 적이 있어'라고. 왜 그랬을까.?
“한국의 수집가와 내 그림을 좋아하는 관람객들이 아트페어에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여러 번 접했습니다. 아시아에 직접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림을 보고 즐기는 방식과 그 모습을 통해 전해지는 에너지, 한국의 전통 문양과 색채들이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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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아코 보아포 전시장 전경
이번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나는 응시하리라(Shall Gaze)'에는 배경을 배제하고 인물이 정면을 응시하는 강렬한 초상들이 놓였다. 집중적으로 눈을 맞춘 뒤 이어지는 '존재의 상태들(State of Being)'에는 다양한 내면을 가진 인물들이 살아 숨쉰다. 구부정하게 앉은 포즈, 가볍게 허리에 손을 올린 여성, 목 뒤로 한손을 걸친 남성까지 평범하지만 실재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자세와 포즈(Posturing and Posing)' 섹션에선 보다 과장된 위트와 과감한 스타일의 초상들이 펼쳐진다. 마지막 전시 공간인 '신성한 공간(Space for the Divine)'은 드로쉬와 함께 한옥의 마당 건축, 자수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Nsaa 파빌리온 안에 자리 잡는다. 보아포는 "나에게 자수란 반복과 집중으로 완성되는 명상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예술을 넘어 세상에 뿌리는 영향력
가나 출신 예술가로 단숨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그의 시선은 이제 예술을 넘어 더 큰 세상을 향하고 있다. 2022년 가나에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닷.아틀리에'를 만들어 작가와 큐레이터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한다. 여성 예술가를 지원하는 아크라의 비영리 단체 '블랙 걸스 글로우'와 같으 단체에 재정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가나를 포함해 아프리카엔 재능 있는 인재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서구에 의존하고 있지요. 아프리카 예술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컬렉팅을 포함해서요.”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며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운 그는 여전히 테니스 마니아다. 비슷한 또래와 겨뤄 한번도 진 적이 없었다고.? “미술을 공부하며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웠다면, 테니스 코트에선 인생의 레슨을 받았습니다. 가만 있지말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요.”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 로켓에 실려 보냈던 아모아코 보아포의 세 개 작품 중 하나.
흑인 초상화로 대표되는 '보아포 스타일'을 넘어 앞으로 조각, 미디어아트 등 다른 장르나 재료에 대해 관심이 있는 지 물었다. 그의 답은 명료했다.?
“나는 이미 조각가이면서 추상화가입니다. 학교에서 조각이나 추상미술을 배우면서도 내 방식대로의 스타일을 찾고 싶었어요. 핑거 페인팅은 마치 점토에서 '더하기'와 '빼기'를 하는 것과 같은데 그게 저에겐 조각이면서 또 건축이기도 합니다. 피사체를 두고 배경을 상상한 뒤 추상화를 거치기도 하고, 일부 오브제들은 정물화의 구도를 가져오죠. 어쩌면 나의 구상회화 안에 그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경주=김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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