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사상 최악의 흥행 가뭄을 겪었던 국내 극장가가 여름 성수기를 맞아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할리우드 대작 ‘F1 더 무비’와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에 이어 ‘슈퍼맨’까지 개봉하면서 금·토요일인 11, 12일 전국 영화관에 104만 관객이 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7월 둘째 주 금·토요일 관객수(164만 명)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지난해 7월 같은 기간 103만 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영화계는 올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338만 명)을 뛰어넘는 히트작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7월 극장가는 고전적인 소재를 재활용한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대작들로 포문을 열었다. 2일 개봉한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1993년 시작한 ‘쥬라기’ 시리즈의 7번째 영화이자 ‘쥬라기 공원’ 3부작에 이어지는 ‘KJ프리텍 주식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4번째 영화다. 전작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으로부터 5년 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스칼릿 조핸슨 등 새로운 출연진으로 재단장했다. 엇갈린 평가 속에 흥행 성적은 전작보다 못하다. 전작이 개봉 직후 11일간 249만 명을 모은 것과 달리 이 영화는 같은 기간 156만 명을 동원했다. 9일 개봉한 ‘슈퍼맨’은 1948주식학원 년 커크 앨린 주연의 ‘슈퍼맨’ 이후 77년째 이어지고 있는 DC 코믹스 원작의 대표 슈퍼히어로를 내세웠다. ‘맨 오브 스틸’ 이후 12년 만에 다시 리메이크에 나선 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로 유명한 제임스 건 감독. DC 스튜디오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한 그는 이전 작품보다 슈퍼맨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해 미국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S&T홀딩스 주식 이끌어냈지만, 국내에서는 반응이 미지근하다. 개봉 후 나흘간 관객 수는 겨우 40만 명으로 사흘간 흥행 1위를 지키다 12일 ‘쥬라기 월드’에 다시 정상을 내줬다.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황금성나비 DC의 라이벌인 마블은 24일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을 내놓는다. 뜻하지 않게 슈퍼히어로가 된 4명의 우주 비행사 ‘판타스틱4’가 악당에 맞서 세상을 지키는 이야기로 이번엔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레트로 감성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행사에서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가 이 영화를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기도 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할리우드 대작들에 맞서 한국영화 두 편이 이달 개봉한다. 두 영화 모두 웹 기반 인기 지식재산권(IP)이 원작이다. 23일 개봉하는 ‘전지적 독자 시점’은 제작비 300억 원이 투입된 올여름 유일한 한국영화 대작이다. 평범한 회사원 청년(안효섭)이 10년간 읽어 온 소설 속 전개 그대로 세상이 멸망하려 하자 소설 속 주인공(이민호)과 힘을 합쳐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흥행작 ‘신과 함께’를 만든 리얼라이즈픽쳐스가 누적 조회수 2억 회를 넘긴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영화 '좀비딸'. NEW 제공
30일 개봉작 ‘좀비딸’은 웹툰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이 원작이다. 세상에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최유리)을 지키기 위한 아빠(조정석)와 할머니(이정은)의 분투를 코믹하게 그린다. ‘엑시트’ ‘파일럿’ 등으로 코미디 영화에서 발군의 재능을 보인 조정석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다음 달 13일엔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과 임윤아가 다시 호홉을 맞춘 미스터리 코미디 ‘악마가 이사왔다’가 개봉한다. 백수 청년(안보현)이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아랫집 여자(임윤아)를 감시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CJ ENM 제공
정부가 제공하는 영화관 할인쿠폰을 이달 말부터 사용할 수 있어 극장가에 더 많은 관객이 모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쿠폰은 1인당 최대 4회까지, 회당 6,000원의 관람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기대작들이 잇달아 개봉하고 영화 쿠폰을 오는 25일부터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무더위를 피해 극장에서 영화를 즐기려는 관객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