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종종 '회사 소설'을 잘 쓸 것 같다는 기대를 받을 때가 있다." 2021년 등단해 '나주에 대하여'로 오늘의 작가상을 탄 김화진 작가는 권태에 사로잡힌 직장 여성이 잘생긴 떡집 아들과 썸타는 '칙릿'을 썼다. 북다의 로맨스 단편소설 '달달북다' 시리즈의 첫 책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다. "편집자들은 왜 자꾸 나한테 퀴어 소설을 써달라는 걸까?"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온 김지연 작가는 생각지도 못하게 "사마귀 같은 여자주식길잡이 애"를 좋아하게 되는 한 여자의 사정을 그린 퀴어 로맨스 소설 '지나가는 것들'을 썼다. "전 하이틴으로 하겠습니다." 데뷔 2년 만인 지난해 문지문학상을 받은 함윤이 작가의 '위도와 경도'는 사고로 우주를 떠돌다 지구로 불시착한 17세 소녀 위도와 소년 경도의 하이틴 로맨스다. 그간 순문학에서 잘 다오리지날 양귀비 뤄지지 않았던 로맨스 소설이 떼로 몰려온다. 칙릿부터 퀴어, 하이틴뿐 아니라 '고막 남자친구' 등과의 비일상적 로맨스까지. 오늘날 한국 문단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인 젊은 작가 12명은 지난해 6월부터 매달 한 권씩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선보였다. 최근 출간된 이미상 작가의 '잠보의 사랑'까지 총 12권으로 완간된 교보문고 출판 브랜드 북다의 '달달북다'오늘의관심종목 시리즈를 통해서다.
최근 완간된 '달달북다' 시리즈 총 12권. 북다 제공
칙릿·퀴어·하이틴·비일상과 만난 '로설' 12편 '달달북다' 시리즈는 로맨스까지 장르의 폭을 넓혀 주식매매전략 한국 문학을 널리 확장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책도 작고 얇다. 독서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도. 100쪽 안팎으로, 한 손에 들어오는 110㎜X172㎜ 크기의 책에는 단편소설 한 편과 작업 일기가 함께 담겼다. 당초 10, 20대 독자를 겨냥했지만 30, 40대에서도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는 게 북다 관계자의 말이다. 시리즈의 포문은 젊코스닥순위 은 여성의 일과 사랑을 다루는 '칙릿'이 열었다. 칙릿 청탁을 받은 작가들은 처음엔 난감해했다. "성공한 여자의 일과 사랑이라뇨. 그게 현실에 존재하려나요? 아이만 낳아도 경력 단절인데. (…) 에. 모르겠다. 그냥 저는 누아르 할게요." 그렇게 쓰인 게 한정현 작가의 '러브 누아르'다. 1980년대 서울의 한 공장을 배경으로 한 언제든 대체 가능한 '미쓰들'의 이야기. '미쓰 박'으로 불리는 경리 '박선'은 독재자의 죽음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사라진 여가수와 소설을 쓰는 '미쓰 리' 언니를 동경한다. '칙릿=환상소설'이라는 한 작가의 칙릿은 과연 성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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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랑 이야기… "더 유망한 사랑을" 위해 어린 시절 사고를 목격한 후 괴이를 보게 된 소년의 첫사랑을 그린 이희주 작가의 '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 순두부 집 남매에 대한 이선진 작가의 '빛처럼 비지처럼'은 퀴어한 로맨스 소설이다.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는 순정한 마음"에 대한 로맨스라면 "도대체 연애란 어떻게 해야 감정 낭비가 아닌 것인가"라는 근원적 고민에 처한 인물의 로맨스도 있다. 이유리 작가의 '하트 세이버'에는 냉정히 따져 보면 "손해 보는 장사"인 마지막 연애를 끝내고 나에게 꼭 맞는 사람을 매칭해주는 업체를 이용하게 된 '혜인'이 나온다. '현실 남자 울렁증' 탓에 급기야 '고막 남자친구'와 가상의 연애를 즐기는 '지나'(권혜영 작가의 '애정망상'), 잠을 잠으로써 모든 순간을 회피하며 살다 첫사랑에 빠진 잠보('잠보의 사랑')까지. 이들에게 로맨스는 일상에서 가장 비일상적이며 비현실적인 사건일 게다. 견딜 수 없음을 견디고 미숙함은 감춰야 했던 시절, 십 대의 사랑 이야기도 있다. 예소연 작가의 '어느 순간을 가리키자면'은 가정환경이 안 좋은 '동미'와 학교 폭력을 당하는 '석진'의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을 그린다. 백온유 작가는 '정원에 대하여'에서 어른들의 사정으로 같은 빌라에 살게 된 소년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눈썹을 뽑는 동갑내기 소녀 '정원'에 대해 썼다. 이별의 순간이 돼서야 감춰왔던 마음을 고백하는 두 사람. "이 소설 속의 아이들은 결국 사랑의 언저리만 더듬거리다 헤어지지만 나는 그들이 망한 사랑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사랑의 경험을 토대로 그들은 언젠가 더 자유롭게, 더 유망한 사랑을 할 것이다." 12편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는 올해 연말 한 권의 앤솔러지로 출간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