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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시한을 앞두고 미·러 정상이 알래스카 회담에 합의한 것은 국면을 전환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평화 중재자로서 노벨 평화상을 열망하는 트럼프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와 맞물려 트럼프의 평화 노력이 2차 세계대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뮌헨 협정'과 같은 섣부른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 연구원은 "푸틴이 전쟁을 끝내게 하는 (전략적, 경제적) 동기가 지금 선박중개 당장엔 없다"며 "지금 푸틴에게 필요한 것은 트럼프의 관심을 계속 끄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트럼프의 푸틴에 대한 입장은 '무비판적 옹호'에서 '실망과 제재 위협', 다시 '협상과 평화'를 강조하는 태도로 변했다. 트럼프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에는 푸틴을 "천재적" "영리하다"고 평가했고, 심지어 우크라 창업넷 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열망이 전쟁을 촉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만나 비난을 쏟아내는 이례적 모습까지 보였다.
하지만 대선 당시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했던 트럼프는 자신의 구상과 달리 전쟁이 계속되자 점차 다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당일대출가능 민간 시설을 폭격하는 것에 대해 "구역질 난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 "푸틴에게서 온갖 허튼소리를 많이 들어왔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다 트럼프는 푸틴에게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새로운 제재를 가하겠다고 시한(8월 8일)을 설정해 압박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는 국가들에 대한 2차 제재와 관세 부과도 언급했다. 하 일반신용 지만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가 시한 직전 러시아를 방문한 뒤 분위기는 급변했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의 러시아 전문가 야니스 클루게는 FT에 "푸틴에게 제재 위협은 트럼프의 좌절감을 보여주는 징후"라며 "푸틴은 새 제재의 영향보다 트럼프의 점점 커지는 좌절감을 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알래스카 현금서비스이자율계산 회담은 트럼프에게도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라고 봤다. 샘 그린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 교수는 트럼프는 궁극적으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날 제재를 부과하는 것을 불안해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린 교수는 회담 성사 자체로 푸틴은 승리한 것이라고 봤다. 그는 "푸틴이 죄수가 아닌 상태로 미국에 간다는 사실, 좌절의 대상에서 환영받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사실,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인 없이 회담이 진행된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이 외교적 승리"라고 말했다.
'죄수가 아닌 상태'라는 것은 푸틴이 국제사회의 법적 압박을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23년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 범죄 혐의로 푸틴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특히, 알래스카 회담에서 서방이 우려하는 것은 트럼프가 푸틴의 제안을 섣불리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푸틴은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동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를 일부 통제 중인 군대를 철수시키고, 이 지역을 포기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지난 8일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가 휴전 조건으로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트럼프는 "매우 복잡하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일부는 되찾을 것이고, 일부는 교환할 것"이라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어떤 휴전을 맺더라도 "러시아는 과거 그랬듯이 휴전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푸틴 조건에 동의한다면 뮌헨 협정의 재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돌프 히틀러는 1930년대 중반부터 베르사유 조약을 무시하고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는 등 영토 확장을 진행했다. 다음 목표는 체코슬로바키아 국경에 있는 주데텐란트로, 이곳엔 독일계 주민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을 보호한다는 게 히틀러의 명분이었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히틀러의 요구를 들어줬다. 1938년 9월 뮌헨 협정을 맺으며 히틀러는 주데텐란트를 마지막 영토 요구라고 약속했다. 당사국인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는 협상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당시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 총리는 "우리 시대의 평화"를 선언했다.
뮌헨 협정은 평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히틀러는 약속을 어겼다. 그는 뮌헨 협정 6개월 만에 체코슬로바키아의 남은 영토를 집어삼켰다. 뮌헨 협정은 히틀러의 침략 야욕을 더욱 키웠고, 결국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이어져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
트럼프가 푸틴과 합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인식이 또다시 바뀔 우려는 있다. 우크라이나의 정치 분석가인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FT에 우크라이나에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하라는 요구는 "협상의 함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거부하면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트는 "트럼프가 진정 노벨평화상을 원한다면, 러시아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 발표를 강행하고,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넘기고, 우크라이나로의 무기 이전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WP는 이날 사설에서 알래스카 회담을 "평화를 놓고 벌이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묘사하며 "러시아와의 의미있는 평화는 장기적인 힘의 우위에서만 달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llday33@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