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8-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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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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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2월 유엔소총회 결의에 따라 유엔한국임시위원단(유엔한위)의 활동이 가능한 남한에서 총선거와 정부 수립이 가시화되자, 북한도 정부 수립을 서둘렀다. ‘유엔 결의’라는 확실한 정통성이 있는 남한과 달리, 유엔한위의 입경(入境)을 금지함으로써 1947년 11월 유엔총회에서 결의한 ‘남북한 총선거’를 좌절시킨 북한이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기적의 논리’와 그것을 뒷받침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북한은 남한의 단선(單選)·단정(單政)이 민족 분단의 원인이며, 남한을 식민지화하려는 미제(美帝)의 음모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1946년 2월 사실상 정부인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인민위)를 먼저 출범시킨 쪽은 북한 역삼동부동산중개업소 이었다.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일성은 “인민위는 우리의 정부이다”라고 쓴 커다란 플래카드 아래서 취임 연설을 했다. 인민위는 ‘정부’만이 할 수 있는 토지 개혁, 화폐 개혁, 주요 산업 국유화 등 굵직한 개혁을 잇달아 추진했다. 이처럼 남한보다 2년이나 앞서 ‘단독정부’를 세운 북한이 자신이 유엔총회 결의를 불이행함으로써 초래한 남한 단독 선거를 민족 분단의 서울직장인 원인으로 몰아간 것은 ‘기적의 논리’였다. 아울러 북한은 유엔한위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남북 총선거’를 치르는 ‘특단의 조치’를 추진했다.
1946년 2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성립 기념대회'에서 위원장 취임 연설하는 김일성. 벽면에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는 우리 정부이 신용카드 결제시간 다"라는 플래카드가 보인다. /국사편찬위원회
김일성, 박헌영, 소련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추진한 남북 총선거는 1948년 7월 초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조선 제(諸)정당?사회단체 지도자협의회’에서 공식화됐다. 대회 마지막 날 남북 지도자 32명은 “남북 총선거로 최고인민회의를 창설하고, 남북조선 대 사금융추가대출 표자들로 중앙정부를 수립한다”는 결의서를 채택했다. 대의원 수는 인구 5만명당 1명씩 남한에 360명, 북한에 212명이 할당됐다. 미군정 치하 남한에서는 공개적으로 선거를 치르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지하 선거’와 ‘남조선인민대표자대회’(해주 대회) 두 단계를 통해 대의원을 선출하기로 했다. 남한에 할당된 대의원의 3배수인 1080명의 인민 대표를 남한 자동차 할부 이자율 지하 선거를 통해 선출하고(1단계), 그들이 월북해 ‘해주 대회’를 열어 대의원 360명을 최종 선출(2단계)하는 방식이었다.
7월 중순, 남로당은 남한 지하 선거를 위해 16개 시?도 선거위원회와 440개 군?구 선거구위원회를 조직했다. 면 단위에서 지하 선거를 추진할 돌격대인 전권위원회는 5000개가 넘었고, 전권위원은 8만여 명에 달했다. 7월 15일 시작돼 8월 중순까지 이어진 지하 선거는 공권력이 미치는 정도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방식으로 치러졌다.
좌익 세력이 강한 외딴 마을에서는 한밤중에 주민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전권위원이 후보들의 이력을 소개한 뒤, 주민들이 서명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방식으로 찬성 투표하게 했다. 투표가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전권위원들이 연판장을 들고 가가호호 방문해 서명?날인을 받았다. 거부하는 주민들은 윽박지르거나 위협해서 기어이 서명?날인을 받아냈다.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얼굴 한 번 못 보고,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후보들에게 찬성 투표하거나 연판장에 서명?날인해야 했다.
1기 최고인민회의는 남한 대의원 360명, 북한 대의원 212명으로 구성되었다. /국사편찬위원회
위험 부담이 컸던 지역의 전권위원들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골방에서 연판장에 멋대로 이름을 적고 지장을 찍거나 감자, 도토리로 도장을 파서 날인했다. 그러곤 ‘군중 집회를 열어 서명?날인받았다’고 속여 연판장을 북으로 올려 보냈다. 경찰이 압수한 연판장에는 형무소 수감자 이름, 한두 살 어린애 이름까지 서명돼 있었다. 경찰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남한 각지에서 해주로 이송한 투표용지와 연판장은 몇 트럭분이었다. 남로당이 이러한 위험을 감수한 이유는 최고인민회의를 구성하기 위해 남한에서도 선거를 치렀다는 물증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8월 20일까지 경찰이 지하 선거 관련자로 체포한 인원은 1379명에 달했다. 전남에서는 체포 과정에서 경관의 발포로 15명이 사망했고, 대구형무소 윤우현 간수는 수감자들의 날인을 받은 투표용지 수백 매를 보관하다가 체포됐다. 서울대 의대에서는 우익 학생들이 지하 선거를 주도한 좌익 학생들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강요·협박·위조로 얼룩진 지하 선거를 통해 인민 대표 1080명이 선출됐다. 영등포 박헌영, 용산 허헌, 중구 홍명희, 성동 김원봉 등 공산주의자나 독립운동가로 이름이 알려진 인물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은 주민들이 생판 모르는 인물들이었다. 더욱이 당선자의 3분의 1은 이미 월북한 상태였다.
북한 당국은 남한 전체 유권자 868만여 명 가운데 77.5%인 673만여 명이 지하 선거에 투표했다고 발표했다. 5·10 총선거 총투표자가 749만여 명이었음을 고려하면, 이 수치가 얼마나 과장된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평양방송의 ‘남한 지하 선거 결과 보도’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은 “공산당이 선전하는 바와 같이 남한 국민 중에서 600만명이 전향해, 하등의 법적 근거도 없는 정부에 재차 투표하였다는 것은 우리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반박했다.
1948년 8월 21일부터 26일까지 해주에서 열린 '남조선인민대표자대회' 주석단. 가운데 흰옷 입은 남성이 김일성, 그 옆에 고개를 왼쪽으로 돌린 남성이 박헌영이다. /국사편찬위원회
‘남조선 인민 대표’ 1080명은 남로당원의 안내를 받아 개성·의정부·동두천·속초·강릉 등 38선 부근 도시들에 마련해 둔 남로당 아지트를 통해 비밀리에 월경했다. 그중 42명은 경찰에 체포됐고, 36명은 월경을 포기하거나 월경 도중 사망했다. 8월 21일 개회한 해주 대회에 참석한 인원은 1002명이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치러진 8월 25일, 해주 대회에서 남한 대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에 앞서 정당?사회단체 대표들이 회합해 360명 대의원 후보 명단을 작성했다. 명단에서 배제된 일부 남로당원이 반발했고, 도 단위로 입후보를 철회하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됐다. 남로당 수뇌부는 물론 북로당 간부들까지 진화에 나서 25일 새벽에야 가까스로 수습됐다.
선거는 1002명이 차례로 투표실로 들어가 360명의 후보 명단이 적힌 투표지에 일괄적으로 찬성 투표하는 방식이었다. 반대하는 인물의 이름을 지우거나, 지지하는 인물의 이름을 써넣을 수 있었지만, 대세에 영향을 미칠 수 없어 투표지에 등재된 360명 전원이 당선됐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이런 식으로 선출된 남한 대의원 360명과 북한 대의원 212명 총 572명으로 출범했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가 “남북조선 전체 인민의 진정한 총의를 대표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토대로 수립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야말로 남북을 아우르는 진정한 ‘중앙정부’라고 선전·선동했다. 그러나 ‘지하 선거’에서도 ‘해주 대회’에서도 공산 진영이 작성한 명부만 오갔을 뿐 ‘인민의 총의’가 반영될 여지는 추호도 없었다. 그럼에도 남한의 좌익 세력은 북한을 진정한 중앙정부로 떠받들며 이승만 정부를 흔들어댔다.
<참고 문헌>
기광서, ‘북한 정부 수립 문제와 최고인민회의 선거’, 평화연구 제25-2호, 2017
김학준, ‘북한의 역사 2’, 서울대출판부, 2008
중앙일보 특별취재반, ‘비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일보사,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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