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7-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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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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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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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 정약용의 제자 이강회는 이런 글을 남겼다. “의복은 바늘을 쓰지 않으면 지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바늘을 만드는 장인이 있습니까? 만약 중국이 하루아침에 교역을 금지하여 바늘 하나도 압록강을 건너지 못하게 막는다면, 온 나라 사람들이 장차 어떻게 할지 모를 것입니다.” 동년배였던 이규경 모바알바다이야기
역시 싸다는 이유로 바늘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을 개탄했고, 서유구 역시 바늘조차 만들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그런데 조선이 처음부터 바늘을 생산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청나라가 기술 개발로 저렴한 바늘을 내놓자 조선 바늘은 가격 경쟁에서 도태된 것이다.
요즘 한국 제조업의 가장 심각한 뉴스는 석유화학 산업의 몰락이다. 중국이 상상을와이지엔터테인먼트 주식
초월하는 낮은 가격으로 에틸렌 등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의 제조 혁신이다.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를 정유 공정에서 직접 뽑아 쓰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이런 공정을 실현하려면 오래전 장비를 발주했을 것이다. 본격적인 양산이 될 때까지 또 몇 년이 걸렸을 것이다. 당연히 국내황금성게임설명
업체들도 중국의 동향을 알고 있었다. 경쟁사가 곧 훨씬 낮은 가격에 엄청난 물량을 쏟아낼 것을 알았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처럼 제조업 위기는 갑자기 닥친 게 아니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제조업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범국가적 역량을 투입했다. 이를 ‘중국제조 2025’라고 한다. 2016년, 이 프로젝트가 발표될 당시 독일 연구CMA
기관에서는 중국의 의도대로 된다면 한국이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2025년 현재 그 예상대로 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미 중국의 기술과 품질은 한국을 앞질렀다고 한다. 새로운 혁신 제품도 훨씬 많이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 규모와 성장률을 고려하면, 중국은 매년 사우디나 튀르키예, 혹은 네덜란드만큼 GDP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60%를 매년 새로 만들어 낸다는 의미이다.
석유화학만이 아니다. 우리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철강, 조선, 배터리, 디스플레이, 가전, 통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추월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딥시크 충격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그리고 로봇과 자율 주행 등 첨단 분야조차 중국이 앞서가고 있다. 심지어 우리는 여전히 기초 단계에 머무는 신약 개발에서도 중국은 이미 글로벌 수준으로 평가된다.
중국제조 2025 계획에는 산업 전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제조업 고도화를 위해 연구소와 학계가 할 역할, 특히 기초과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포함되어 있다. 그 결과 과학 연구 역량을 평가하는 네이처 인덱스 순위에서 중국은 상위 10위 안에 8곳의 이름을 올렸다. 1위 역시 하버드를 제치고 중국과학원(CAS)이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서울대가 고작 52위, 카이스트는 82위이다.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다고 한다. 당장 돈부터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노동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힘든 것은 제조업의 급격한 위축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소비 활성화의 근본적인 대책은 ‘제조업을 당장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일 것이다. 제조업은 한국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그만큼의 일자리와 소득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만큼의 소비가 사라지고 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케인스는 이렇게 답했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
며칠 전 공중파에서 방송된 ‘공대에 미친 중국’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제조 2025에 따라 거대한 중국 사회가 그동안 어떻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는지 보여준다. 어린 시절부터 엔지니어를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삼고 자란 중국 젊은이들은 너도나도 첨단 산업에 도전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딥시크 개발을 주도한 1995년생 여성 엔지니어 뤄푸리의 연봉은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이 또래의 엔지니어를 이런 연봉으로 품고 있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중국의 생성형 AI '딥시크'의 개발을 주도한 1995년생 엔지니어 뤄푸리. /중국 동영상 사이트 비리비리 캡처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다. 19세기 선비들은 바늘 하나도 만들지 못한다고 비판했지만, 정작 그들이 제조 현장에 발 벗고 나섰다는 기록은 없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 세대는 달랐다. 식민 지배와 전쟁에도 굴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최빈국을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먼 훗날 아이들은 지금의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주변의 힘든 도전을 지혜롭게 극복한 세대로 기억할지, 아니면 도로 조침문의 시대를 만들어버린 세대로 기억할지. 이것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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