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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의 국가 신용도를 최고 등급으로 유지하고 있던 무디스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미국이 늘어나는 국가 부채를 줄이고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 불안, 감세 정책에 따른 재정 적자 확대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면서 정책과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 파산재단 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무디스는 “정부 부채 비율과 이자지급 비율이 지난 10여년 간 유사한 등급의 국가들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으로 증가한 것을 반영했다”며 “재정 적자와 부채가 증가하고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도 현저히 증가했다”며 고 배경을 설 품위유지비 명했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 2023년 11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하고 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동안 무디스는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해왔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2023년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하향했으며 그에 서울경기인천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011년 미국 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다.
무디스는 현재 미국의 총 재정지출에서 이자 비용 등 의무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약 73%에서 2035년 약 78%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미 적자가 크지만 써야 하는 돈의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디스는 “과세와 지출에 신용대출 이율 대한 조정이 없다면 예산의 유연성이 제한적인 상태에 머물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정부청사 앞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재무부 이것좀 에 따르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지난 회계연도에 1조83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은 2023년 6%를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 6.4%로 늘었다. 현재 2025년 회계연도의 재정적자 1조48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적자(8550억 달러) 보다 1940억 달러 더 많다. 이런 추세면 9월에 끝나는 이번 회계 연도 미국의 국가 재정적자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다시 2조 달러를 넘을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6%를 넘는 GDP대비 적자 비율은 경기 침체나 세계 대전 시기를 제외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대한 추진 동력은 상당 수준 떨어질 전망이다. 미국 의회 합동조세위원회(KCT)는 현재 하원에 올라있는 트럼프 감세 법안이 시행될 경우 앞으로 10년간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2조5000억 달러 이상 증가시킬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이미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날 연방 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공화당내 강경파의 반대로 이른바 '트럼프 감세 법안'이 찬성 16표, 반대 21표로 부결했다. 반대표 중 5표는 공화당 표다. 당내 강경파들이 법안 내에 있는 저소득층 의료보험를 비롯한 다른 정부 프로그램의 추가 삭감을 요구하며 법안을 반대했다.
이날 부결된 법안은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인 2017년 통과한 감세법이 올해 말 종료됨에 따라 해당 법안에 담긴 주요 감세 정책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개인소득세율 인하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와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이 담겼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인 근로자들의 팁이나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면제, 미국산 자동차 구입을 위한 대출 이자에 대한 신규 세액공제 허용 등도 포함돼 있다.
현재 공화당 강경파가 정부 예산을 더 깎으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조정으로 민주당이나 공화당 온건파에서 감세폭을 줄이라는 요구까지 더해질 경우 협의를 위한 논의 범위는 더욱 커지게 된다. 내트얼라이언스증권의 앤드류 브레너는 "무디스는 의회에 상황을 바로 잡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 부채 이슈가 다시 한번 부상하면서 금융 시장에서는 미국 국채 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2023년 미국의 정부부채 문제가 화두에 오르고 피치가 8월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5%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뉴욕 국채 시장이 문을 닫기 까지 15분 여 동안 미국 10년 물 국채 금리는 4bp(1bp=0.01%포인트 급등하면서 4.484%로 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맞물려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인 만큼 매도세가 커질 수 있다. 국채 금리는 12일 미·중 무역합의이후 경기 침체에 대한 긴장이 줄어들면서 가뜩이나 상승하는 추세다. 골드만삭스의 분석가팀은 이날 무디스의 발표 전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말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4.5%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치를 상향 수정했다. 기존 전망치는 4.0%다. 이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보다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에 대한 수요가 더 커졌다는 관측을 담고 있다. 헤지펀드 텔레메트리의 창립자인 토마스 톤튼은 “(무디스의 이번 조치는) 미국 시장 전체에 좋지 않다”며 “금리가 더 급격히 상승하는 것이 내가 보는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
국제 국채 시장과 주식 시장 까지 영향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타이그레스파이낸셜 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이반 페인세스는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이기 때문에 미국의 신용 등급이 강등되면 다른 나라의 국채에는 더욱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며 “이런 흐름이 주식시장에는 어떻게 영향이 나타날 지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하지만 최근 주가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존스 트레이딩의 수석 지장 전략가인 마이클 오루크는 “주식 시장에는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솔루스대안자산관리의 수석 전략가인 댄 그린하우스는 “미국은 평시에도 지금껏 본 적없는 엄청난 규모의 예산 적자를 기록하는데, 우리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며 “무디스의 이번 조치는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디스도 미국의 경제 회복력은 높게 평가하면서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미국 경제가 가진 다수의 강점이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무디스는 “관세 인상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 성장세가 의미 있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또한 세계 기축통화로서 미 달러화의 지위는 국가에 상당한 신용 지원을 제공한다”라고 평가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