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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7월 25일부터 영화 할인권 450만장을 배포하기 시작했다.[사진｜연합뉴스]
"극장아, 여름을 부탁해." 정부가 침체에 빠진 영화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7월 25일부터 영화 땡큐론 무직자 티켓 할인권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총 450만장 규모다. CJ CGVㆍ롯데시네마ㆍ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뿐만 아니라 독립예술영화관·작은영화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권으로 정가 대비 6000원 싸다. 멀티플렉스 3사의 평일 일반관 티켓값이 1만4000원(주말 일반관ㆍ1만5000원)이니 8000원에 영화 관람이 가능한 셈이다.
여기 전당포 에 더해 영화를 7000원에 볼 수 있는 기존 '문화가 있는 날(문화체육관광부 운영ㆍ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할인권을 사용하면 1000원에 영화 1편을 볼 수 있다. [※참고: 문화체육관광부ㆍ영화진흥위원회 주도로 이뤄진 이번 할인행사엔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 중 271억원이 투입됐다. 할인권 사용 기한은 9월 2일까지다.]
소비자 경상북도지방자치단체 반응은 뜨겁다. 할인권 배포 첫날엔 신청자들이 몰리면서 각 영화관 애플리케이션(앱)과 홈페이지는 접속 마비 사태를 빚었다. 효과도 즉각 나타났다. 할인행사를 시작한 후 10일간(7월 25일~8월 3일)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584만명으로 전년 동기(2024년 7월 26일~8월 4일) 536만명 대비 8.9% 증가했다. 영화관 매출액도 같은 기간 11.5%( 중소기업대출비율 512억원→571억원) 늘었다.
'엔데믹(endemicㆍ풍토병화)' 전환 효과가 사실상 끝나면서 영화관의 실적이 또다시 침체에 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일례로 올해 상반기 영화관 관객은 4250만명으로 전년 동기(6293만명) 대비 32.4% 감소했고, 매출액도 33.1%(2024년 상반기 6103억원→2025년 상반기 nh카드 407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영화 할인권 행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티켓값 부담을 덜어준다면 영화관에 발길을 끊었던 사람들을 다시 끌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 주된 이유가 티켓값이란 사실을 보여주는 통계는 차고 넘친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영화ㆍ상영분야 공정환경 조성을 위한 인식조사(2024년)'에 따르면, 응답자의 54.2%(복수응답)가 영화관을 찾지 않는 이유로 '티켓값이 부담돼서'를 꼽았다.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관객들이 생각하는 적정 티켓값은 얼마일까. 영진위가 2023년 '영화소비자 행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5%가 영화에 지불할 의향이 있는 금액으로 '8000~1만원 미만'을 선택했다.
'1만2000원 이상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는 2.2%에 그쳤다. 1년 전 같은 조사 응답률(6.7%) 대비 4.5%포인트 줄었다. 관객들은 영화 티켓값으로 1만원 미만이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실제 영화 티켓값은 이를 40~50% 웃도는 셈이다.
물론 영화관들이 가격을 끌어올린 건 코로나19란 무서운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은 급감한 상황에서 임대료ㆍ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관 3사(CJ CGVㆍ롯데시네마ㆍ메가박스) 모두 2020년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티켓값 인상은 영화관 입장에선 '고육지책'이었다.
문제는 티켓값 인상 정도가 관객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냐는 점이다. 영화관 3사는 2020년, 2021년, 2022년 3년간 매년 1000원씩 가격을 인상했다. 그 결과,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각각 1만원, 1만1000원이던 평일ㆍ주말 일반관 영화 티켓값이 2022년 1만4000원, 1만5000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2%였던 반면 영화 티켓값 상승률은 36.6~40.0%에 달했다.
직장인 A씨는 "영화 한번 보는 가격이 넷플릭스(이하 스탠다드 요금제ㆍ월 1만3500원), 디즈니플러스(9900원) 등 OTT 한달 구독료보다 훨씬 비싸지 않냐"면서 "주말에 둘이서 영화를 보고 팝콘이라도 먹으면 5만원 가까이 들다 보니 영화관에 가는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관 업계가 생존을 위해 택한 '가격 인상' 전략이 결과적으로 영화관을 위기에 빠트린 부메랑으로 작용한 셈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영화관들의 경영 환경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 티켓값을 인하하는 게 되레 영화관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면서 "전략적으로 가격 인하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할인권 효과를 톡톡히 누린 영화관들은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들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은 듯하다. 영화관들은 가격보단 콘텐츠에서 답을 찾고 있다. 영화관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정부의 할인권 배포 이후 관객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할인권 효과 외에도 폭염으로 인해 시원한 영화관을 찾는 수요가 증가했고 최근 개봉한 '좀비딸(7월 30일)'이 흥행에 성공하는 등 복합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도 '영화관에서 볼 만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관 업계 2~3위인 롯데시네마(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메가박스중앙)가 지난 5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합병을 추진하고 있어서 '티켓값이 더 오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병하면 사실상 CJ CGV와 '롯데시네마+메가박스' 두 업체의 영화관 시장점유율이 90%에 육박해 가격을 맘대로 쥐락펴락할 수 있어서다.[※참고: 2023년 기준 영화관 3사의 극장 점유율은 78.3%, 스크린 점유율은 91.8%에 달한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기업결합 심사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제한 우려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두 회사의 합병이 영화 티켓값 인상, 소비자 후생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건부 승인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관 업체들은 과연 '티켓값을 내리면 관객이 온다'는 검증된 공식을 이번엔 따를까. 지켜볼 일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