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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시내에 나갔다가 너른 공원에 들러 수리와 산책을 했다. 꽃 구경, 사람 구경하며 걷던 중 멀리 풀밭에 희고 큰 물체가 누운 것이 보였다. 개다! 수리를 얼른 안아 들었다. 목줄 없이 다니는 큰 개를 만나면 무서운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때 앞서 가던 아저씨가 “럭키야~” 하고 부르자 희고 큰 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이쪽으로 오더니 아저씨를 따라 풀밭으로 들어가 아저씨가 내주는 사료를 먹었다. 내 품 속의 수리를 봤지만 무심히 지나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중년 부부가 아저씨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상황을 알게 되었다. 개는 5년 전 이 공원에 홀연히 나타 원룸 투룸 났단다. 공격적이지도 사교적이지도 않은 성격 덕에 공원을 오가는 사람들은 별반 개의치 않았고, 몇몇이 사료와 물을 챙겨 주기 시작했다. 이름도 부르는 이마다 달라 ‘럭키, 백구, 순돌’ 등인데, 개는 무엇이 됐든 이름을 부르는 이에게는 살갑게 다가간다고.
“그 사람들 중에 누가 데려가 키우면 안 되나?” 중년 부부의 말에 아저씨는 답했다. 소자본창업 “간단한 일은 아니라서요. 다행히 럭키는 여기서 행복해요. 매일 자기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도 있고, 비 피하고 물 먹는 자리도 있고요. 유기견으로 신고하지 말라고 목줄도 채워 두는데, 그게 낡으면 누군가 또 예쁜 걸 사서 다시 채워요.” 고마운 마음들에 가슴이 찡했다. 그렇게 5년 동안을 살아온 럭키도 대단하고. 개도 사람도 적당한 관심과 무관심이 균형을 인터넷청약신청 이루어야 가능한 일이다.
제주도는 인구 대비 유기동물 수가 가장 많은 도시라는 타이틀을 수년간 유지하고 있다. 시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센터도 있지만 수용 가능 개체 수보다 입소 개체 수가 훨씬 많아 대부분이 안락사된다. 해서 지인 중에는 사비를 털어 유기견을 구조해 해외로 입양 보내기도 하고, 길냥이를 살피러 하루 만 보씩 걷는 이도 국민은행 마이너스통장 한도 있다. 그 정성을 감히 헤아리기도 어렵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한둘의 관심만으로 럭키가 공원에서 5년씩 사는 게 가능했을까. 사료를 가져 오는 사람, 물그릇을 채우는 사람, 해진 목줄을 바꿔 주는 사람 등 생명을 돌보는 마음들이 모여 럭키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 럭키를 내쫓거나 신고하지 않고 무 만기일시 심히 지나치는 사람들의 암묵적 허용도 큰 역할을 함은 물론이다. 공원에서 행복하다는 럭키지만, 그럼에도 종내는 럭키에게 안전한 집과 든든한 가족이 생기기를 기도해 본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맘) 일러스트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1호(25.05.27)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