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의 아성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쿠팡이츠는 원래 요기요에 장안평실매물 이은 배달앱 시장 3위에 불과했다. 시장 점유율은 2위 요기요의 절반 수준인 10% 초반에 불과했다. 쿠팡이츠는 지난해부터 '쿠팡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음식 주문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쿠팡이츠는 올 3월부터는 할인 혜택을 없애는 대신 수도권의 일반신용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어 5월부터는 무료배달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무료배달 도입 후 쿠팡이츠는 단숨에 시장 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리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수수료 인상 쿠팡이츠의 상승세는 배달의민족을?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쿠팡 와우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400만명에 달한다 유캔론 . 게다가 와우 멤버십에는 음식 무료배달 혜택 외에도 쿠팡플레이 무료, 로켓배송 무료 등의 혜택이 포함돼 있다. 올해 쿠팡 와우 멤버십 가격이 약 58% 인상되긴 했으나 이탈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현재는 배달의민족이 쿠팡이츠를 압도하고 있지만 둘 사이의 격차는 더 빠르게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배달의민족은 지난 강남 집값 5월 첫 유료 멤버십인 '배민클럽'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배민클럽 가격은 구독제 도입 발표보다 늦은 7월 알려졌는데 월 3990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인상된 쿠팡 와우 멤버십(7890원) 가격의 절반에 불과하다. 배민클럽 혜택은 이보다 더 늦은 9월 중순 배민클럽 공식 도입과 함께 공개됐다. 배민클럽은 알뜰배달(묶음 배달) 배달비 무료 혜택, 배민B마트 할인, 영화관 등 제휴 브랜드 할인을 포함한다. 사실상 쿠팡이츠에 '맞불'을 놓기 위한 유료 멤버십인 셈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문제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혜택을 두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올랐다는 점이다. 배달의민족은 배민클럽 가격을 공개한 다음날인 지난 7월 10일 '배민1플러스' 요금제의 중개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3.0%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배민1플러스는 배달의민족이 배달을 대행하는 요금제로 '한집배달(단건 배달)', '알뜰배달(다건 배달)'을 포함한다. 다만 배달의민족은 그간 경쟁사보다 낮은 수수료를 유지하다가 "업계 수준"에 맞춰 올린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당시 쿠팡이츠와 요기요의 중개 수수료율은 각각 9.8%,?12.5%였다.?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인상은 배달앱이 외식 물가 상승시켰다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식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외식비용까지 가파르게 치솟던 때였다.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시점과 맞물려 배달앱 탓에 외식업주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외식업주의 부담이 늘수록 메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 피해까지 이어진다는 지적이었다. 진통 끝 합의 결국 정치권에서까지 비판이 나오면서 정부가 개입했다. 공정위는 지난 7월 24일 배달앱 수수료를 논의할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를 출범했다. 하지만 상생협의체의 합의는 쉽지 않았다. 무려 100일이 넘도록 상생협의체는 공통된 합의안을 내놓지 못했다. 배달앱과 입점업체간의 입장차도 컸지만 배달앱끼리도 입장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였다. 안 그래도 올해 들어 두 회사 사이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수수료 합의는 더욱 어려웠다. 심지어 두 회사는 상생협의체 기간동안 서로를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쿠팡이츠는 배달의민족의 무료배달 수수료와 배달비를 자사의 것과 비교하며 배달의민족을 비판했다. 이 비판에는 일부 잘못된 정보까지 섞여있었다. 이어 배달의민족은 음식 가격 등을 다른 배달앱과 동일하게 하도록 업주들에게 강요했다는, 이른바 최혜 대우 요구 논란에 휩싸이자 쿠팡이츠가 먼저 최혜 대우 요구를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다행히 상생협의체는 12차 회의 끝에 지난 11월 14일 간신히 합의에 성공했다. 현재 9.8%인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를 거래액 기준에 따라 2.0~7.8%로 낮추기로 했다. 배달비는 건당 최대 500원 오른다. 물론 이 합의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일부 프랜차이즈와 외식업계에서는 공개적으로 이 합의안을 반대하고 있다. 상생협의체의 합의안이 결국 수수료도 올리고 배달비까지 인상시키면서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다. 또 배달 라이더 측도?이번 상생협의체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 중이다. 현재 상생협의체의 합의안이 도출된지 한 달 여가 지났으나 아직 배달앱들은 상생안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탄핵정국과 맞물리면서 후속 조치가 늦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상생안을 차질없는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상생안 이행을 위해서는 정산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여기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상생안은 1분기 말이 되어야 이행될 전망이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