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여섯 번 바뀔 동안 9m 높이 옥상에서 내려오지 않은 한 여성이 지난 26일 마이크를 들었다. 국내 최장기 고공 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박정혜(40)씨다. "여기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너무 힘듭니다. 우리가 겪은 고통도, 해고도 아무 일 없듯 묻힐까 두렵습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모기업인 일본 니토덴코에서) 충분히 고용승계가 가능한데도 우리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공장 건물 아래에서 박씨를 걱정스럽게 올려다보던 남성이 대답했다. 사흘 전 임명된 김영훈 고무료충전야마토 용노동부 장관이었다. "너무 고생이 많습니다. 폭염에 하루라도 빨리 동료들과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일을 찾고 고민하겠습니다. 사람 살리자고 있는 법인데, 사람 위에 법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잘 고민하겠습니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경북 구미시의 불탄 공장 옥상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트루스톡 여온 박씨와 김 장관의 대화는 특별했다. 현직 장관이 이 현장을 방문한 것은 농성이 시작된 지 560여 일 만에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장관 임명 직전까지 '철도 기관사'로 일했던 김 장관은 25일에는 서울 중구 세종호텔의 고공 농성장을 찾은 데 이어 이날은 구미를 방문했다. 그의 행보를 바라보며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수백 일간 고주식문자 공 투쟁해 온 노동자들이 다시 땅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6일을 기준으로 566일째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불탄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가운데)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마이크를 든 채, 농성장을 찾은 김영훈 고용부 장관릴게임야마토 을 향해 말하고 있다. 고용부 제공
박씨가 일했던 한국옵티칼은 일본 니토덴코의 자회사로 2003년 구미 공단에 설립됐던 회사다. 이후 LG디스플레이 등에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필름을 납품해 왔다. 220억 원을 초기 투자해 18년간 7조7,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노조에 따르면 6조 원 이중장기추천주 상 수익을 일본 본사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2022년 10월 구미 공장에서 화재 사고가 난 뒤 생산 물량만 경기 평택시의 또 다른 자회사(한국니토옵티칼)로 옮기고, 구미 공장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정리해고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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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혜 한국옵티칼지회 수석부지회장과 동료인 소현숙 조직2부장은 "15년 일했는데 헌신짝처럼 버려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니토옵티칼'로 고용승계를 해달라고 요구하며 지난해 1월 8일 무기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소씨는 건강 문제로 농성 476일째 되던 지난 4월 27일 농성을 중단했고, 박씨가 홀로 567일째(27일 기준) 농성을 이어가며 자신과 동료들의 복직을 외치고 있다.
김영훈(왼쪽) 고용부 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을 찾아 163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는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과 전화 너머로 대화하고 있다. 고 지부장은 올해 2월 13일부터, 세종호텔 인근 10m 높이 교통구조물(현수막 걸려 있는 곳)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고용부 제공
김 장관은 전날 또 다른 고공농성 사업장인 서울 중구 명동 '세종호텔'을 찾기도 했다.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정리해고된 조합원 6명의 복직을 요구하면서 올해 2월 13일부터 165일째(27일 기준), 세종호텔 앞 교통구조물 위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지부는 세종호텔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도 희망퇴직·정리해고를 한 데다 특정 노조 소속 조합원만 '표적 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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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업장 소속 해고노동자들의 복직 문제는 법적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아, 정부의 노사 중재가 긴요한 상황이다. 세종호텔 정리해고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한국옵티칼도 지난달 부당해고 소송 1심에서 노조가 패소했다. 이와 관련, 김 장관은 26일 금속노조와의 간담회에서 "정부는 (노사 간) 교섭을 주선하고 또 촉진시키며 당사자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용부가 적극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