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8-0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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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우리 일상을 바꿨다. 편리함에 빠져드는 사이, 지구는 더 빨리 뜨거워지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인공지능 시대의 불편한 진실을 추적했다. 막대한 전력 소비부터 전자폐기물 급증까지, 편리함 뒤에 숨은 기후위기를 객관적 자료로 검증한다. AI 중독 시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9편에 걸쳐 파헤쳐본다.
챗GPT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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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알아서 척척' AI챗봇, 웹 검색보다 전력 10배 더 쓴다?[노컷체크]②데이터센터 하나가 도시 하나만큼 전력을 쓴다?[노컷체크]③AI가 학습할 때 내뿜는 탄소배출량은 사람의 10배다?[노컷체크](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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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배경훈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취임사를 하는 모습. 과기부 제공
"대한민국 AI 정예팀이 독자적인 AI 모델을 개발하도록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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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강국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포부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재명 정부의 '국가대표 AI' 구상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개발 그늘에 가려진 '환경 오염' 우려도 뒤따른다. AI에 데이터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한데, 그 전기를 만들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워야 하기 때문이다. AIx1
가 잡아먹는 전력과 온실가스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이 때문에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사람이 내뿜는 온실가스보다 10배나 더 많아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파리 공과대학은 '생성형 AI: 에너지 소비 급증(Generative AI: energy consumption soars)' 보고서를 지난해 11월 13일 신천지예시
발표했다. 이들은 "BLOOM AI 모델을 훈련하면 1년에 프랑스인보다 온실가스를 10배 더 배출한다고 추정할 정도"이며 "탄소 발자국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전력을 만들 땐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그 배출량을 사람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일까.
'세계 평균 배출량' 근접한 프랑스인
앤드루 파넬 더블린 대학교 기후 및 날씨 데이터 과학 교수. 더블린=장윤우 기자
앞서 밝힌 파리 공과대학 보고서는 비교 대상이 모두 프랑스 기준이다. 자국민인 '프랑스인'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양과 프랑스에서 개발한 AI 'BLOOM'을 학습시킬 때 배출한 온실가스양을 비교했다.
먼저 '프랑스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로 바꾼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q)으로 확인할 수 있다.
CO2eq는 6개의 온실가스 중 가장 대표적인 '이산화탄소'로만 바꾼 값이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우면 공기 중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6개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등)가 배출된다. 이때 온실가스가 우주로 빠져나가야 할 열을 붙잡아 지구 온도를 높이는 '온실효과'가 발생한다. 많은 연구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CO2eq로 바꿔서 사용한다.
앤드루 파넬 더블린 대학교 기후 및 날씨 데이터 과학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후 위기를 불러온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가 바로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6개의 온실가스 중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고, 가장 긴 수명을 가진다"며 "온실가스양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바로 이산화탄소 값으로 바꾼 CO2eq"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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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프랑스인 1인당 CO2eq는 전 세계인 평균 1인당 CO2eq와 비슷했다. 비영리 통계 사이트 OpenData에 따르면, 2023년 프랑스인 1인당 CO2eq는 4.1t이며, 같은 해 전 세계인 평균 1인당 CO2eq는 4.7t이다.
2019년 이후 최근 5년간 프랑스와 전 세계 평균 CO2 배출량은 1t 이상 차이 나지 않았다. △2019년에는 오차가 0.0t △2020년 오차 0.2t △2021년 오차 0.1t △2022년 오차 0.2t이었다. 파리 공과대학 보고서가 기준으로 삼은 '프랑스인'을 '전 세계' 평균으로 바꿔 계산해도 큰 오차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 이미지. 챗GPT 캡처
프랑스에서 개발한 AI 'BLOOM'을 학습시킬 때 배출한 온실가스양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AI를 개발하기 위한 과정부터 이해해야 한다.
AI는 수많은 정보를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는 저장 및 연산장치가 한데 모여있는 곳이다. 이 곳에 저장·연산장치들은 쉴 새 없이 엄청난 양의 정보를 계산하고 처리한다. 설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전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데이터센터 1개당 평균 연간 전력 사용량은 약 25기가와트시(GWh)다. 우리나라 4인 가구 6천 세대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과 맞먹는다.
'투명한 하마' BLOOM
이렇게 AI는 막대한 전력을 먹으며 태어난다. 파리 공과대학의 보고서에서 밝힌 AI 'BLOOM'은 '투명한 자료 공개' 원칙이 적용돼 개발에 쏟은 구체적인 전력량과 CO2eq를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수천 명의 연구원들이 BLOOM 개발에 투입된 자원을 확인·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나눠 받아, BLOOM을 개발하기 위해 쏟아부었던 전력이 약 433MWh임을 확인했다.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조성배 교수. 장윤우 기자
그러나 BLOOM과 달리 여타 AI를 개발하는 데 쏟아부은 정확한 전력량은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전문가들 역시 AI 모델의 성능과 기초 자료들을 바탕으로 소모 전력을 대략적으로 추정한다.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조성배 교수는 "전력 소모량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자산이지만, 사회적으로 비판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보 공개를 꺼린다"며 "편향 혹은 은닉 전력을 정확히 알 수 없어도 약 68% 범위에서 유효하다는 연구가 있다"고 말했다.
유효범위 내에서 개발을 위해 사용한 전력은 △챗GPT-3(2022년 공개) 1287MWh △Llama 400MWh △Gopher 1066MWh로 추정된다.
AI가 배출한 온실가스, 최대 9천t 육박?
김창익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대전=장윤우 기자
이렇게 공개된 막대한 전력량을 토대로, 전력과 함께 뿜어져 나온 CO2eq를 추정해볼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AI Report 2024' 보고서에서는 AI 모델별 전력 사용량에 따른 CO2eq를 비교한 내용이 실려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AI 모델별 CO2eq는 △BLOOM 약 25t △챗GPT-3 약 588t △Llama 약 8930t이었다. BLOOM은 프랑스 원자력 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를 사용해 다른 AI보다 낮은 CO2eq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발표된 모든 AI모델이 전세계 사람이 1년에 평균적으로 내뿜는 온실가스 양인 4~5t 수준에 비해 매우 많았다.
Llama를 기준으로 본다면, 사람이 평생 내뿜는 온실가스양이 닿을 수 없을만큼 많은 CO2eq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렇게 AI별로 CO2eq가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김창익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데이터를 연결하는 매개체인 파라미터 개수, 에너지 효율화가 가능한 GPU 사용 유무, 훈련방식과 훈련량, 개발자의 의지에 따른 데이터 정제 작업 횟수 등 변수가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AI 효율화로 전력 감축 나서
AI와 관련된 컴퓨터 칩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그래프다. 2008년 개발된 칩 전력을 100이라고 가정할 때, 2023년 전력 소비량은 1보다 작다. 국제에너지기구 제공
전력량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든다. 따라서 산업계에선 AI 개발에 필요한 전력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기술 발전이 거듭됐다. AI 개발에 투입되는 반도체 성능은 높이되 반도체에 필요한 전력은 점차 줄이면서 효율을 높여왔다.
국제에너지기구의 'AI와 관련된 컴퓨터 칩의 효율성 향상(Efficiency improvement of AI related computer chips)' 자료에는 구체적인 수치가 언급된다. 2008년 반도체 전력 소비량이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2023년 동일한 전산 처리에 들어가는 전력 소비량은 0.66으로 줄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지난 15년간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효율이 급격하게 좋아지는 하드웨어 혁신이 빠르게 이뤄졌다"며 "만약 이러한 하드웨어 혁신이 소프트웨어 효율 혁신과 동시에 맞물리는 '파괴적 혁신'으로 발전하면, AI 생태계 전체가 변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제본스의 역설' 우려도
챗GPT 캡처
하지만 전력 효율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본스의 역설이 발생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1865년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가 주장한 '제본스의 역설'은 자원 사용의 효율성이 증가하더라도 자원 사용이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더 적은 자원으로 뛰어난 성능을 보일 수 있는 기술이 나와도, 사용자가 늘어나 전체 사용량이 증가해 기술 효율화 결과를 상쇄시킨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은 "제본스의 역설에서 보듯 더 많은 소비자가 인공지능을 쓰면 전력 사용 총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제어해야 AI가 기후나 전력에 미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AI 기초교육'을 통해 제본스의 역설을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에런 딩 델프트 공과대학 수석 부교수, 사이버 물리 지능 연구소(CPI) 소장은 "AI 접근성이 좋아지고 사용이 편리해질수록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하는 게 첫걸음"이라며 "이해하기 쉽고 모두에게 공개된 자료로 전력 소비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로 딜레마 타파
에런 딩 델프트 공과대학 수석 부교수, 사이버 물리 지능 연구소(CPI) 소장. 델프트=장윤우 기자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전력을 생산해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친환경 전력을 생산하면 전력 생산량에 따른 환경파괴 걱정을 덜어도 되기 때문이다.
딩 소장은 "강물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핀란드처럼 재생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재생에너지 발전에 지리적 위치가 실질적인 장애물은 아니기 때문에 대한민국도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넬 교수 또한 "우리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더 넓은 지역에서, 더 오랫동안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정신을 차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며 "제가 기후 과학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 말을 반복하며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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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 대학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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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CBS노컷뉴스 강석찬 기자 ksc9938@cbs.co.kr
진실엔 컷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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