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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병자’로 불릴 정도로 경제적·정치적으로 쇠락하던 독일이 ‘유럽의 큰 형님’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지난 2월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정권 탈환에 성공한 프리드리히 메르츠(70) 총리가 ‘강한 리더십’을 내세워 국방비 증액과 방위산업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침체에 빠진 독일 경제를 되살리고, 유럽 재무장에서도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국, 프랑스와 안보협력 관계를 맺으며 유럽에 거리를 두고 있는 미국을 대신해 유럽 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 발급◇“독일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 강한 독일로 민심 잡기=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연합을 이끄는 메르츠 총리는 5월 1차 신임 투표에서 탈락한 뒤 2차 투표 끝에 총리가 됐다. 메르츠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전에 합의된 총리 후보가 한 번에 연방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첫 사례여서 약한 총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았다. 이러 대구 수협 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메르츠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유럽 의회에서 일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오늘날까지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며 매우 유럽적인 지도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휘둘리는 유럽의 중심을 잡는 강한 독일을 만들겠다는 일성이었다.
실제로 메르츠 총리는 취임 후 독일 공영방송 ZDF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의 대선 제2금융권 이자 운동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미국 정부가 독일 내정에 간섭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극단주의 정당과 중도 정당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독일 총선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등이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독일 내 극우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 주택감정가 한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낸 것이다. 당시 머스크 CEO는 독일 언론 기고문에서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 X에서 라이브 대담을 하며 힘을 실어줬다. 2인자인 밴스 부통령도 독일 총선 직전에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서 AfD를 연정파트너로 삼지 않는 독일 정당들을 규탄하며 내정 간섭 논란이 불거졌다. 이 울산 아파트 전세 에 메르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직접 겨냥해 “독일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성 발언도 했다. 평소 “100번 넘게 미국에 다녀왔다”고 자랑할 만큼 친미(親美)주의자이자 미국과 유럽 간 전통적 동맹의 가치를 중시하는 열렬한 ‘대서양주의자’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변모한 것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왼쪽) 독일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6월 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초고속 재무장, 나토보다 빨리 늘리는 방위비= 미국·유럽 안보동맹이 약화하는 상황에 대비해 유럽 자강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메르츠 총리는 취임 초부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방위비 분담 확대, 독일군 재정비, 방위산업 현대화 등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독일 연방방위군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재래식 군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 정부는 가능한 한 모든 재정적 지원을 할 것”이라며 군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새로운 자발적 복무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또 유럽 중 국방비 증액에 가장 먼저 시동을 걸어 대규모 재무장에 나섰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 독일의 금기어였던 국방예산 증액의 명분도 생겼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국방비 증액에 나선 독일은 2021·2022년 각각 560억 달러(약 77조 원) 수준이었던 예산을 880억 달러(2024년 기준)로 늘렸다. 3월에는 국방비 증액을 위해 특별기금을 조성하고 재정 준칙 완화와 국방비 예외 적용 등을 담은 헌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이에 메르츠 총리는 나토가 설정한 국방비 지출 목표를 6년 앞당겨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추가로 내놨다. 국방 예산을 2029년 1529억 유로(약 241조 원)로, 2배 이상 늘리는 중기 재정 계획을 확정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올해 2.4%에서 2029년 3.5%로 높아진다. 친기업·자유주의 성향의 정통 보수인 그는 이를 통해 방위산업 투자확대와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삼아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유럽 독자 노선을 천명한 메르츠 총리는 유럽의 3대 열강(E3)인 영국, 프랑스와 삼각 동맹에 밀착 중이다. 프랑스와 영국, 영국과 독일이 각각 안보 협력을 강화한 데 이어 프랑스와 독일이 밀착하면서 ‘3각 안보 협력 구도’가 완성되는 모양새다. 이 세 나라가 상호 군사·안보 협정을 맺은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처음이다. 나토 동맹국인 세 나라는 이미 나토 헌장 5조(집단 방위)에 따라 무력 침공을 받으면 서로 도울 의무가 있다. 여기에 양자 안보 협력의 약속을 더한 것이다. 특히 영국과 독자적인 포괄적 국방·안보 협정인 ‘켄싱턴 협정’으로 영국의 핵우산이 독일에도 확대되는 것을 얻어냈다. 메르츠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협상에서도 유럽의 큰 형님으로 미국에 맞서는 역할도 자임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강경 대응하자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설득하는 등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EU와의 협상에서 30%로 통보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안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메르츠 총리는 “EU는 경제 공동체를 넘어 안보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며 실용주의적 외교 방식도 구사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메르츠 총리가 “대서양주의(Atlanticism), 유럽주의(Europeanism), 독일 우선주의(Germany first)가 복합된 외교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번 정권 교체는 독일 내 정치 지형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간의 전략적 관계 재정립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오른쪽부터)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5월 10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대러시아 제재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강력한 지지기반 확보 위해 ‘우클릭 행보’도= 그는 집권하자마자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임산부와 어린이 등 취약 계층을 제외한 불법 이민자를 모조리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민협약 특사, 여성주의 외교정책 특사, 국제기후정책 특임관 직책도 없애기로 했다. 두 번째 투표에서 겨우 당선되는 ‘굴욕’을 겪은 메르츠 총리가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지지층인 보수 세력이 선호할 정책을 밀어붙인 것인데, 연이은 난민 범죄로 반이민 정서가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CDU는 2월 총선에서 강경한 이민정책을 앞세워 제1당을 차지했다.
이는 극우정당으로 이동한 보수지지층을 끌어안아 지지 기반을 확고하게 하려는 그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메르츠 총리는 그간 당내에서 온건파로 장기 집권(2005∼2021년)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와 달리 AfD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당의 우경화를 주도해 왔다. 2015년 당시 메르켈 총리가 주도한 포용적 난민 정책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비판했다. 메르츠 총리는 ‘야인’ 시절에도 메르켈 전 총리의 포용적 난민 정책을 “무모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메르켈 정부 때 결정된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고, 올라프 숄츠 정부가 지난해 합법화한 기호용 대마초도 다시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에 대해 메르켈 전 총리의 색깔을 완전히 지워 당내 공고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시리아 내전으로 촉발된 대규모 난민을 받아들이기 위해 2015년 9월 포용적 난민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다른 나라에 망명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난민까지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2015년에만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독일행을 신청했다. 갑자기 급증한 이민자들은 독일 사회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켰고 기존 주민의 반발도 심했다. 이로 인해 메르켈 전 총리와 CDU의 지지율 또한 하락했고 결국 2021년 총선에서 사회민주당(SPD)에 정권을 빼앗겼다.
이종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