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공사장에서 일하다 추락했다. 딸이 울며 부랴부랴 병원에 가니 이미 목숨이 위태로웠다.?정작 죽음의 진실을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사쪽은 침묵했고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 내용은 서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수사관들은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족을 향해 “왜 알려고 하냐”고 윽박질렀다.산재 유가족 문혜연(33)씨와 강효진(27)씨가 똑같이 겪은 일이다. 4월28일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 2025년부터 법정 기념일이 됐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폐쇄적 다세대 신축 행정은 오늘도 가족들의 온전한 추모를 방해한다. ‘산재 유가족의 알 권리’는 언제쯤 제도에 뿌리내릴까. 한겨레21이 2025년 4월17일 서울 영등포구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에서 김용균재단 주최로 열린 추모 모임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새것처럼 비닐에 싸인 안전모 “사고 당일 오전 11시께 아빠의 사고 소식을 5년거치 들었어요. 결혼 예식장 계약서 쓰고 설레는 마음으로 부모님께 연락하려는데 엄마가 울면서 전화해서는 ‘효진아, 빨리 집에 와라’라고 하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계속 물으면서도 마음이 너무 불안한 거죠.” 강효진씨는 응급구조사다. 건설노동자 강대규씨의 딸이다. 다친 몸을 자주 보는 효진씨는 늘 ‘아빠 조심해야 된다’며 노심초사했다. “그 미소금융서민대출 래도 그날이 이렇게 올 줄은 몰랐다.” 대규씨는 2024년 4월18일 경북의 한 공사장에서 패널(건축용 널빤지)을 지붕에 설치하다 패널에 맞아 추락했다. “병원에 사인을 물었더니 ‘외상성 대동맥 박리’래요. 높은 데서 떨어져서 대동맥이 다 망가진 것 같다고요. 너무 이상했어요. 왜 아무런 안전장치가 안 돼 있었지? 아빠가 사용하시던 소지품 겸손하게 도 다 갖고 왔는데 안전대라든지 (보호 장구를) 아무것도 안 하고 계셨더라고요. 현장에 가본 작은아버지도 추락방지망은 물론이고 안전대, 안전모도 지급이 안 됐다고 하고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현장을 직접 봐야 할 것 같아 장례 이튿날 바로 집을 뛰쳐나왔다. “현장에 갔더니 높이가 엄청나더라고요. 제가 봤을 때는 무조건 10m가 넘 8등급바로대출 는 높이였어요. 그런 곳에 지급되는 장비가 안전모밖에 없고 그마저도 새것처럼 비닐에 그냥 싸여 있었어요.” 조사 기관마다 추정한 높이도 다 달랐다. 119구급대는 10m, 응급실에선 11m, 경찰서는 15m라고 추정했다. 폐회로티브이(CCTV) 사각지대여서 교차 검증도 어려웠다. 10m 이상 높이 20㎝ 폭 철골에서 작업 중에? 아버지가 정확히 무슨 작업을 하다, 어떤 원인으로 떨어졌는지 알아야 했다. 하지만 알려주는 곳이 없었다. “고용노동부도 경찰도 말해주질 않더라고요. 너무 답답해서 전화하면 ‘조사 중이라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라고만 (했어요).” 3개월이 지나서야 효진씨는 기초 사실관계를 들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될지, 담당 수사관님이 수사 내용을 조금은 공유해주셨어요. ‘아빠가 10m 이상 높이 철골 위에 올라가 있었고, 그 철골의 폭이 20㎝밖에 되지 않았다. 그 위에서 크레인으로 패널을 인양하던 중 아빠가 그 패널을 맞고 돌아가신 거다.’ 거기까지만 알려주셨어요.”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각각 수사에 착수한다. 안전보건공단 직원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검찰이 사건을 지휘해 최종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안전보건공단 직원 등이 현장 조사한 ‘재해조사의견서’, 노동부 수사관이 쓴 ‘중대재해조사보고서’, 회사가 노동부에 제출한 ‘산재조사표’ 등이 작성된다. 이 가운데 어떤 것도 유가족에게 제공되지 않는다. ‘범죄 피해 회복’이라는 수사 목적과 달리, 유가족은 조사 과정에서 손쉽게 배척당한다. 유가족에 손 내민 건 또 다른 유가족 막막해하던 효진씨에게 손 내민 건 또 다른 유가족이었다. 효진씨는 검색 끝에 김용균재단이 발간한 산재 유가족 안내서(‘수많은 우리들이 함께 찾는 길’)를 접했고 산재 유가족 문혜연씨와도 연결됐다. “그 안내문을 보고 도움을 청했는데 저한테 많은 걸 알려주셨거든요. 산업재해조사표와 사고 경위서, 사고조사보고서 이런 걸 다 정보공개청구해야 한다고요. 그때부터 미친 듯이 알아보고 검찰청, 노동청 중대재해수사과에 전화를 했어요.”
2025년 4월17일 서울 영등포구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문혜연씨(왼쪽)와 강효진씨(오른쪽)가 산재 유가족의 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다은 기자
유가족이 파고들수록 수사관은 불편한 티를 냈다. “‘그걸 왜 보려고 하시는 거예요’ ‘이미 합의하신 거 아닌가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저는 1년이 다 되도록 아빠가 떨어진 높이조차 제대로 모르고 사쪽은 ‘올라가지 말아야 하는 곳에 갔다’며 아빠 탓을 하는데요. 검찰에 자료 요청도 다 거절당해서 유일하게 받은 게 공소장이었어요. 아빠가 부딪친 그 패널이 얼마나 큰 패널이었는지 그걸 보고 알았고요. 유가족의 알 권리는 단 하나도 없다는 게 제가 경험한 산재 유가족의 현실이었어요.” 건설 노동자 문유식씨의 딸 혜연씨도 똑 닮은 경험을 했다. “저희가 아버지 살려내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지막이 어땠는지 알고 싶었던 건데 정부 기관으로부터 이해받기가 그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생명이 소중하다’는 말이 너무 당연해서 굳이 말해야 아나, 했는데 정말 말해야 알더라고요.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고 싶은 마음, 사고 현장 한번 가보고 싶은 유가족 마음을 정말 울고 빌어야 이해하시더라고요.” 혜연씨가 말했다.
2025년 4월17일 서울 영등포구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문혜연씨가 건설노동을 하다 산재로 숨진 아버지 문유식씨를 추모하고 있다. 김용균재단 제공
유식씨는 2024년 1월22일 공사장에서 미장 작업을 하다 추락했다. 간호사인 혜연씨는 휴일에 집에 있다가 소식을 들었다. “엄마가 갑자기 집에 들어와선 ‘아빠가 많이 다쳤대’ 하시더라고요. 직감이 되게 안 좋았어요. 병원에 가니 아빠는 의식이 아예 없고 사지가 축 늘어져 있었어요. 제가 중환자실에서 오래 일했는데도 생명 유지 장치를 찬 아빠 모습이 믿기지 않았어요.” 고용노동부·경찰 일관된 말 ‘수사 중이라 말해줄 수 없다’ 유식씨 사고도 조사 기관마다 사실관계가 달랐다. “현장 동료분 말로는 1m에서 떨어졌대요. 근데 병원에선 또 2m래요. 아버지가 떨어진 높이가 다 달라서 혼란스러운데 회사는 말이 없고 고용노동부랑 경찰은 ‘수사 중이라 말해줄 수 없다’는 거예요. 그나마 말해준 내용도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나요’라는 질문엔 답을 안 해주고, ‘아버지가 안전모를 썼나요’라는 질문엔 ‘그건 아니에요’라는 식으로 폐쇄형 질문에만 답을 주셨어요.” 산재 사고가 나면 회사가 관련 정보를 축소·은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피해자의 정보접근권보다 회사의 ‘동의’를 우선했다. “사고 당일 119신고를 현장소장이 했거든요. 현장소장 동의가 없으면 상세한 신고 내용을 알 수가 없다는 거예요. 제가 읍소했어요. ‘그 사람이 안전조치 안 해서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내가 그 사람에게 가서 동의서를 받아야 되겠냐’고요. 그래도 받아야 된다더라고요. 결국 전화했는데 현장소장이 다 피했어요. 지금도 신고 내용을 몰라요.” 혜연씨는 사고 10개월이 지나서야 검찰 공소장을 통해 추락 높이(1.88m)와 회사의 안전모 지급 여부(미지급)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고 10개월 뒤 ‘공소장’에서 회사 유책 사유 확인 2025년 3월6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해조사의견서를 외부에 공개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안전보건공단 직원이 현장에 가서 쓴 초벌 조사서를 유가족이 요청할 경우 3개월, 그렇지 않으면 6개월 이내에 일반에 공개하자는 취지다. 현재는 의무가 없어 국회의원 등을 통해야만 겨우 자료를 얻을 수 있다. 경찰 중 유가족 전담을 지정해 수사 상황을 수시로 안내하고 의견도 듣는 ‘가족연락관’(Family Liaison Officer) 제도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회복적 사법을 중시하는 영국에서 시행 중이나 한국엔 제도가 없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