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8-0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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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유명사처럼 쓰는 익숙한 단어 ‘호치키스’와 ‘포클레인’은 반대로 브랜드가 고유명사가 된 쪽입니다. 둘 다 스테이플러와 굴삭기를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였고, 이들이 해당 업계에서 너무도 유명해지면서 아예 카테고리 자체를 지칭하는 고유명사화 됐습니다.
이처럼 어떤 사람 또는 어떤 회사의 이름이 한 시대, 한 스타일에이디칩스 주식
을 집약하는 대명사가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와인에서도 그런 순간은 유독 많은데요. 1800년대 중후반 와인 업계에선 바로 샴페인 찰리(Champagne Charlie)가 그런 존재였습니다.
오늘 와인프릭은 모두가 프랑스 일부 귀족과 상류층만의 전유물로 여기던 샴페인을 들고 “이 거품잔이 미국 사교계의 기호품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대서양바다이야기 릴게임
을 건넌 키 190㎝의 ‘꺽다리’ 신사, 지금으로 치면 젊은 벤처 사업가였던 찰스 하이직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이야기 해봅니다.
19세기 당시 찰스 하이직을 그린 삽화. 이후 여러 광고와 기사에 반복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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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과 함께 대서양을 건너다
찰스 카미유 하이직(Charles Camille Heidsieck)은 1822년 프랑스 샹파뉴에서 태어났습니다. 조부의 삼촌이 현대 파이퍼 하이직(Piper-Heidsieck)을 세운 명문 샴페인 가문이었습니다.(파이퍼 하이직은 찰스 하이직과 달리 제2차 세계대전 즈음PC 릴게임
‘마릴린 먼로의 샴페인’으로 명성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1851년, 29살의 찰스는 가족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내 이름을 건 샴페인’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유럽이 아닌 대서양 건너 미국을 정조준합니다. 전통과 과거의 명성에 집착하는 과열된 유럽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였습니다. 실제로 이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듬해인 1852년, 그는 곧바로 자신의 이름을 건 샴페인 3만병을 배에 싣고 과감하게 대서양을 건넙니다.
여기서 잠깐, 샴페인의 양조에 대해 아신다면 의문이 드실 겁니다. 샴페인 양조에는 최소 15개월~3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어떻게 1년 만에 제품이 출시된 걸까요? 이는 당시 일반적인 샴페인 생산 구조가 ‘기존 생산품+신설 벤처의 브랜드’ 조합 방식 때문입니다. 즉 그가 미국으로 가져간 샴페인은 그의 오랜 유통 경험과 가족(하이직 가문) 네트워크를 활용한 NV(논빈티지)였던 셈이죠.
미국에 도착한 찰스는 자신의 샴페인과 파리에서 익힌 세련됨, 직설적 카리스마를 활용해 빠르게 뉴욕 사교계를 휘어잡습니다. “이 남자만 오면 밤이 빛난다”, “뉴욕의 파티엔 항상 샴페인 찰리(Champagne Charlie)가 있다” 당시 신문과 잡지들은 그를 이렇게 집중 조명했습니다. 이 때부터 그는 ‘샴페인 찰리’로 불리며 미국 사교계에서 샴페인의 대명사가 됩니다.
샴페인이 와인 종류의 이름이기도하지만, 그 와인이 나오는 지역의 지명이기도 했던 점에 비추어볼때, ‘상파뉴에서 온 찰리’와 ‘샴페인 전문가(또는 만드는) 찰리’ 정도의 의미가 얽힌 것이겠지만,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었습니다.
샴페인의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당시 미국에서 오히려 △신생 시장의 성장성 △과잉경쟁 회피 △탐험적 브랜드 전략 등 가능성을 본 그의 안목이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19세기 찰스 하이직 샴페인 광고.
남북전쟁, 몰락과 최악의 시련
그러나 탄탄대로가 펼쳐진 것 같던 찰스 인생의 거품은 너무 쉽사리 꺼졌습니다. 1861년 미국 남북전쟁이 발발하면서 시장 자체가 통째로 사라지게 됐기 때문입니다. 현지 고객들은 하루아침에 채무자가 됐고, 그의 샴페인 판매망은 붕괴했습니다. 하루 아침에 엄청난 샴페인 납품 대금을 떼이면서 미수금이 쌓였고, 기존 판매망조차 사라지게 된 겁니다.
급기야 찰스는 미지급자를 상대로 직접 채권 회수에 나섭니다. 일부 남부 지역에서는 찰스에게 돈 대신 면화를 제공하는 대물(代物) 변제 방식을 제안했고, 찰스가 이를 받아들입니다. 당시 유럽은 면화가 품귀였기에 매우 귀한 무역 품목이었습니다. 잘만 하면 단번에 떼인 미수금으로 인한 손해를 만회하고도 남을 것 같았죠.
하지만 이 대물 변제가 또 문제가 됩니다. 찰스가 대물 변제 받은 면화를 유럽에 판매하기 위해 운송하는 과정에서 이미 북군의 포화 속에 운송선이 침몰했기 때문입니다. 미 남북전쟁 당시 북군은 남부 경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해상 교통과 수출입로를 철저히 차단(봉쇄)하고 있었는데요. 찰스는 ‘블로케이드 러너’라는 소형과 고속 상선을 두 척 이용해 서로 다른 경로로 면화를 싣고 봉쇄선을 돌파해 유럽으로 보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배는 이미 항구를 떠난 초기에 북군 해군의 공격에 의해 침몰했고, 두 번째 배는 항구를 벗어났으나 추격한 북군의 포격을 받고 역시 침몰합니다. 물론 두 척의 상선에 실려 있던 모든 면화 역시 바다에 가라앉았습니다.
불운은 연속해서 닥친다고 하던가요. 찰스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미 모든 재산을 잃은 것에 이어 자신의 인신마저 구속된 겁니다. 그는 미국 내 프랑스 영사관에서 전달해달라는 ‘외교 문건’을 넘겨 받아 뉴올리언스로 향했는데, 불운하게도 그 서류엔 프랑스의 남군 지원을 시사하는 물증이 들어 있었습니다.
찰스는 뉴올리언스에 도착하자마자 ‘프랑스 스파이’로 체포돼, 악명높은 루이지애나 포트 잭슨 감옥에 투옥됩니다. 다행히도 프랑스 정부는 나폴레옹 3세와 함께 미국 정부(당시 링컨 대통령)에게 강력한 외교적 구명을 요청했고, 결국 그는 반년 만에 극적으로 풀려나게 됩니다. 고난의 대가는 혹독했죠. 그는 빚더미에 앉았고, 집안 재산은 팔려나갔습니다. ‘샴페인 찰리’의 이름도 추락한 듯 보였습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해전을 그린 삽화.
덴버의 기적
하지만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요. 이 날개가 다시 비상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찰스의 파산 직전, 미국 내 에이전트였던 바요드(Bayaud) 형제 중 형인 토마스는 동생이 찰스에게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끼쳤음을 나중에야 알게 됩니다. 그리고 “내 동생 대신 빚을 갚겠다”며 자신이 소유하던 찰스의 손에 미국 어느 도시 주변의 땅 소유권을 쥐어줍니다. 바로 오늘날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시 땅의 일부입니다.(일각에서는 덴버시 땅의 절반 가까이를 줬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참고로 토마스 바요드는 덴버와 하일랜드를 잇는 최초의 15번가 다리(15th Street Bridge)를 건설하는 등 덴버라는 도시의 토목·인프라 발전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미국 덴버시에는 이를 기려 바요드 길(Bayaud Avenue)이 있을 정도로, 미국 개척자 정신의 상징으로 인식됩니다. 현재도 바요드 엔터프라이즈(Bayaud Enterprises)라는 이름의 사회적 기업으로 남아 지역 커뮤니티에서 빈곤층·취약계층 지원, 일자리 창출, 푸드뱅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역사가들은 토마스가 찰스에게 땅의 소유권을 넘겨준 시점을 대략 1865년쯤으로 보고 있는데요. 덴버 인근의 실버 러시(Boom)가 1879년 시작됐으니, 소유권을 넘겨받던 시점에는 아무 쓸모 없는 시골 땅이었습니다. 찰스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죠.
하지만 곧 은광의 발견으로 철도가 놓이고 도시가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 덕분에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값이 뛰는 금싸라기땅이 됐는데, 샴페인 찰리는 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땅을 팔아치워 단숨에 무너진 기업을 그 이상으로 일으켜 세웁니다.
이를 두고 혹자는 덴버의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파산은 구원으로, 몰락은 부활로, 남북전쟁 한가운데서 바닥을 맛봤던 찰스가 다시 꿈을 품는 순간이었으니 기적이라고 부를만도 합니다.
은광 붐(Silver Boom)이 일던 덴버 실버튼의 1880년대 모습. [출처=Denver Public Library]
사교계, 노래, 언어로 남은 ‘샴페인 찰리’
현대에 와서 샴페인 찰리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사람, 한 브랜드의 전설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1866년 영국 런던에서는 찰스의 이야기를 다룬 ‘Champagne Charlie is my name’(하이퍼링크)이란 뮤직홀 노래가 인기를 끕니다.
Some people go for funny drinks and down them by the pail Like coffee, cocoa, tea and milk, and even Adam‘s ale For my part they can keep the lot, I never would complain I wouldn’t touch the bloomin’ stuff, I only drink champagne Oh, Champagne Charlie is my name Champagne drinking is my game There’s no drink as good as fizz, fizz, fizz I’ll drink every drop there is, is, is All around town it is the same By pop! pop! pop! I rose to fame I’m the idol of the barmaids and Champagne Charlie is my name 노래 가사 中
샴페인 찰리는 곧 ‘사교계의 중심, 스타일과 도전, 럭셔리 라이프의 상징’이라는 말이 통용됐습니다. 신문, 유행어, 만화, 유럽~미국의 파티장에서까지 그는 캐릭터화되고 유형이 됩니다. 덕분에 19세기부터 오늘까지 샴페인 찰리의 이미지는 샴페인을 넘어 부유함과 여유, 인생의 유머와 오뚝이 같은 복원력으로 간직되고 있습니다.
1989년 캐나다 TV 영화로 개봉한 휴 그랜트 주연의 샴페인 찰리 포스터. 샴페인 찰리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렸다.
다시 빛난 샴페인 찰리의 감각, 크레예르
오늘날 샴페인 찰리의 유산은 찰스 하이직(Charles Heidsieck) 하우스가 잇고 있습니다. 그의 유산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게 플래그십 샴페인인 샴페인 찰리 뀌베(Champagne Charlie cuvee)입니다. 찰스 하이직의 최고 등급의 리저브 와인으로 오랜 숙성과 블렌딩을 통한 깊고 복잡미묘한 뉘앙스가 매력적인데요.
마치 샴페인 찰리의 인생, 모험, 재기와 자유분방함이 한 잔에 농축된 듯 신선한 과일과 여전히 쨍쨍하게 살아있는 산미, 크리미한 텍스처는 물론이고 충분히 숙성돼야 아름답게 발현하는 헤이즐넛, 구운 패스트리 향까지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찰스 하이직의 구수하고 풍부한 숙성향에 영향을 주는 크레예르(Craveres)도 기억할만 합니다. 로마 시대 당시 로마인들이 석회를 캐기 위해 파놓은 땅굴을 그대로 샴페인 숙성 창고로 활용한 것인데요.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기도 했죠.
대부분 와이너리들은 포도밭이나 양조설비에 투자하던 19세기, 찰스는 “최고의 샴페인은 최고의 숙성에서 나온다”는 철학 아래 샴페인 숙성에 적합한 ‘완벽한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덴버 땅을 팔아 가장 먼저 구입한 게 랭스 지하에 47개의 연결된 동굴 형태로 존재하던 대형 크레예르 갤러리였습니. 그의 시대를 앞선 ‘대담한’ 경영자적 감각이 다시 빛난 순간입니다.
찰스의 감각 덕분에 현재까지 찰스 하이직 샴페인 하우스는 샴페인 업계에서 고전과 혁신의 상징으로 인식됩니다. 샴페인 찰리의 이야기를 아는 와인 평론가와 애호가들에게는 ‘모험과 진정성’의 대명사로 꼽힙니다.
찰스 하이직의 크레예르.
인물의 이름을 넘어…시대와 유행을 위해 건배!
맥가이버칼이 모든 다용도칼의 대명사가 되고, 머피의 법칙이 실패의 공식이 된 것처럼, 샴페인 찰리 역시 한 사람의 별명을 넘어 ‘시대정신’을 대변하게 됐습니다. 실패와 시련 그리고 회복탄력까지… 샴페인 찰리의 파란만장했던 인생 이야기는 후세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견뎌낼 수 있는 쾌활한 희망의 이름으로 남았습니다.
샴페인 거품처럼 끊임없이 부풀었다 꺼지기를 반복하는 인생의 굴곡진 여정 속에서 여러분이 바라보는 찰스 하이직의 인생 드라마는 ‘운명의 변덕’일 수도, ‘기회의 희망’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샴페인 찰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는 점 아닐까요?
오늘도 지구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기쁨의 파티장에서, 또는 홀로 쓸쓸한 저녁에 찰스 하이직 샴페인 한 잔을 들어올리고 있을 겁니다. 오늘 밤 여러분의 건배에는 찰스 하이직의 이름을 불러보는 건 어떨까요?
와인은 시간이 빚어내는 술입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와인의 역사도 시작됐습니다. 그만큼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데요.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국제공인레벨을 보유한 기자가 재미있고 맛있는 와인 이야기를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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